계란값 영향 도태물량이 생산 가담한 탓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수출 효자 종목으로 주목을 받던 산란성계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수개월째 도계·가공라인이 멈춰서면서 사실상 휴·폐업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매년 생산되는 산란성계는 연간 3천5백만수 내외로 ㈜싱그린푸드시스템, ㈜정우식품 등 산란성계 가공업체들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으로 수출해 3천만불 가량의 매출을 올려왔다.

그러나 올해(1월~4월) 들어 산란성계 도계숫자는 3백여만수에 불과해 작년동기간 1천4백만수와 비교해 턱없이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불어 닥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탓에 계란값이 고공시세를 유지하면서 적기에 도태돼야 할 산란성계 물량이 생산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생산에 참여하면서 도태물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로 인해 살처분된 산란성계 물량이 있긴 하지만 도계 물량이 이처럼 줄어드는 것은 농장단위에서 도태시켜야할 물량을 계속 생산에 가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계란값이 고시세를 유지하다보니 일단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생산시키겠다는 심리가 커 연말까지 산란성계 물량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산란성계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가공업체들은 사실상 휴업상태에 놓여있으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아예 문을 닫는 것은 아닌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산란성계 가공업체들의 위기를 직감한 (사)대한양계협회에서도 산란성계 조기 도태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농장단위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매년 2천만달러 가량 산란성계를 수출하는 국내 최대 가공업체인 싱그린푸드시스템도 심각한 위기에 내몰렸다. AI가 발생한 작년 11월부터 도계장, 가공장이 멈춰 사실상 휴업상태에 놓였다. AI가 종식돼 수출 재개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물량 확보가 어려운 탓에 휴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출은 신뢰관계가 최우선으로 한번 무너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몇 곱절의 고통과 비용이 따르게 된다”면서 “빠른 시일내 산란성계 물량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어렵게 쌓아올린 수출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몇몇 가공업체들은 줄도산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업계는 계란값 시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되는 10월 전후로 산란성계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10월까지 가공업체들이 버틸 재간이 없고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산란성계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란성계 가공업체의 폐업이 속출할 경우 가까운 시일내 넘쳐나는 산란성계로 인해 또다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할 것”이라면서 “눈앞 이익에 눈멀어 도태물량을 껴안기 보다는 산란성계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농장단위에서 적기 도태에 동참하는 통 큰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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