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순수 농업예산 전체 3%… 비용 삭감, ‘쌀생산조정제’ 도입

내년도 국가예산은 사상 최대규모인 424조5천억원, ‘슈퍼예산’이 정부안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농어업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1.6% 줄어든 19조3천억원 규모로 정부안이 제시됐다. 전체예산에서 농어업식품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올해보다 0.4%p 줄었고, 순수하게 농업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에서 3.0%로 내려 앉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2018년도 예산·기금의 총지출 요구 현황을 공개했다. 각 부처가 요구한 형식으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예산은 평균 6% 증가했다. 복지, 교육, R&D(연구개발), 국방, 외교·통일, 공공질서 및 안전, 일반·지방행정 등 7개분야는 올해보다 증액을 요구했다. 이에 반해 문화, 환경, 산업, SOC(사회간접자본), 농림분야 등은 감액 요구 분야로 분류됐다.

특히 농림분야의 경우 농업생산기반 시설에 대한 보수·보강 소요 감소 등으로 1.6% 낮췄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노무현정부 때부터 Top-down System(예산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이 이용되고 있고, 이미 기재부가 제시한 예산규모에 맞춰 지출항목을 정하는 것”이라며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문재인대통령의 농정공약 등을 반영한 사업내역에 대해 짜여진 예산에서 10% 추가되는 예산안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자체적으로 예산을 줄여서 요구한 게 아니라는 해명이다. 

이에 대해 농업계는 냉담한 반응이다. 농업인단체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연설할 때, 농업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995년 농어업예산은 국가전체 예산의 16%였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3.6%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처참한 현실이 농자천하지대본인가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면서 농정공약을 세워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대목을 지적했다.

농림분야의 농업생산기반 시설 예산을 줄인 것에 대한 반대여론도 거세다. 특히 국회 농해수위 전문위원실은 기반시설 예산 감축을 위험요소로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농해수위 예산검토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업생산기반시설정비 예산은 평균 1.6%씩 줄여 왔으나 이는 잘못된 계획이다. 2006년 이후 10년간 태풍·홍수·호우 등 자연재난으로 인해 농경지는 총 2천104억원(연평균 210억원), 수리시설은 총 2천943억원(연평균 29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인한 시설 피해복구비가 총 5천47억원(연평균 505억원)이 소요됐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저수지, 양·배수장 등 농업생산기반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해 60%에 달하는 4만1천518개소가 설치된지 30년 이상 경과했다는 진단이다. 이외에도 농업용수 수질이 떨어지고, 배수개선사업도 산적한 상황에서 농업생산기반 시설과 관련된 ‘적정수준’의 예산반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지적이 무시된 것이다. 

농업인단체 한 관계자는 “농업생산기반시설에 대한 예산 삭감은 지구온난화 등의 이상기후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임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것이고, 또 농산물시장의 완전개방에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점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업문제를 연구하는 한 민간연구단체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Top-down System 형식의 디브레인(DBrain 디지털 국가예산·회계 시스템)이 요구하는 예산안은, 전체예산이 확정된 상태에서 농업예산을 늘린다는 약속 자체가 의미없고 어쩌면 불가능한 것”이라며 “농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란 개념을 범국가적으로 공유하는 한편, 전체 예산과 상관없이 농업분야 단일 포인트로 예산안 편성 업무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에 농식품부가 제출한 예산 요구 내용엔 올해 삭제된 쌀생산조정제 도입 예산 900억원이 추가 사업으로 들어갔고, 쌀값 하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 없이 1조4천900억 상당의 쌀변동직불금이 다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각 부처 요구안을 토대로 예산안을 확정,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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