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허브는 라틴어로 푸른 풀을 의미하는 허바(Herba)에서 파생된 이름으로 향과 약초의 의미로 쓰여 왔다. 최근에는 향이 나는 풀을 허브라 하며, 집집마다 한 두 개씩 정성들여 키운다.

풀 종류인 허브는 나무에 비해 잎이나 줄기 수가 적고, 크기 또한 작아 종족번식을 위해 꽃이나 잎, 줄기에서 향을 멀리서도 맡을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그 러나 강한 향은 꿀벌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들도 꼬여들게 했던 까닭에 풀을 먹는 곤충들로부터 제 몸을 방어하기 위해 각종 방어물질을 생성했다. 이러한 물질(2차 대사물질)들이 사람에게 이로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래 전부터 약으로 쓰여 왔는데, 서양의 대표적인 허브식물로는 로즈마리, 라벤더, 재스민, 페퍼민트, 캐모마일 등은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하다.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 허브는 무엇일까? 필자는 향이 얼마나 강한지 이름에 향기를 뜻하는 ‘향(香)’이 들어가 있는 배초향(排草香)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이름도 Korean herb라니 가히 우리나라 대표 허브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배초향은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종자번식도 매우 쉽고, 뿌리에서 나오는 원줄기는 높이 60~120센티미터 정도 자라며, 7~9월에 자주색 꽃을 피운다. 방아잎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배초향은 방아라는 이름이 들어있는 방아풀과는 거리가 멀다.

경상도 쪽에서 배초향을 방아라고 불러 방아풀과 혼동되기 쉬우나 꽃이 피는 형태가 전혀 다르다. 배초향은 윤산꽃차례(많은 꽃이 줄기를 둘러싸고 피어나는 꽃차례)이며, 방아풀은 총상꽃차례(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꽃이 어긋나게 붙어서 피어 올라가는 꽃차례)로, 꽃만 봐도 쉽게 구별된다. 배초향과 비슷한 식물로 향유나 꽃향유도 있는데 꽃이 한쪽을 보고 피기 때문에 줄기를 돌려 꽃이 피는 배초향과는 다르다.

배초향의 잎과 줄기는 어릴 때에 식용하는데, 민간에서는 나물이나 생채로 먹어왔다. 6~7월에 채취한 전초(全草)를 곽향(藿香)이라 하는데, 성질이 따듯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는 특성이 있어 감기, 종기, 종독(腫毒), 곽란, 비위, 구토, 풍습(風濕) 등에 쓴다. 잎은 복통이 있을 때 그 즙을 내어 먹으며, 뿌리는 담석용해제로 요긴하게 쓰인다. 배초향에는 암세포 성장분화와 관련된 신호전달의 한 부분의 결합을 저해하는 능력을 가지는 루테인과 항산화활성을 가지는 로즈마린산이 함유되어 있다.

최근 배초향 추출물이 콜레스테롤 감소와 축적 억제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져 동맥경화, 고지혈증과 심장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초향의 향기성분은 오랫동안 흥미를 끌어 온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주로 균에 대해 저항하는 능력인 항균활성과 미생물 성장 억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배초향의 독특한 향은 이미 향신료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고, 음식에 맛을 더해줄뿐더러 유해한 미생물까지 제거해 주니 1석 2조인 셈이다. 이런 배초향은 물고기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추어탕에 넣어 먹거나 생선회에 곁들여 먹는다. 또한 돼지고기를 삶을 때 넣으면 잡냄새를 제거해 주고, 쌈으로 먹으면 달콤한 향과 맛을 더해준다.

양 봉농가에게 배초향은 아주 중요한 식물이다. 꽃이 별로 없는 7~9월에 피는 꽃은 개화기간도 길고, 한 번 심어 놓으면 특별한 관리 없이도 매우 잘 자라기 때문이다. 그동안 허브 꿀을 생산하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배초향 등을 이용한 시험 생산에 성공하면서 허브 꿀 생산에 대한 전망도 밝아졌다.

배초향은 잎에서부터 줄기, 뿌리, 꽃 등 모든 부위가 사용되는 유용한 산림생명자원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아낌없이 주는 우리나라 대표 토종허브인 배초향의 활용성과 유용성을 넓히고 밝히기 위해 이와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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