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닭시장 7개월간 매출 0원…정부 무대책 일관

전국 산닭시장 종사자들의 곡소리가 요란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무려 넉달간 문을 닫았다 최근 영업을 재개를 했으나 또다시 전북 군산에서 AI가 발생해 산닭시장이 폐쇄 조치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일부터 실시한 전통시장 및 가든형 식당으로의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금지 조치를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실시한데 이어 이 조치를 7월 5일까지 연장했다. 또한 전국 가축(가금)거래상인이 보유한 가금, 계류장 등에 대한 일제 점검 및 AI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AI 전파 주범으로 산닭 시장을 왕래하는 가축상인이라고 확신하고 산닭시장 폐쇄와 가축상인의 이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면 AI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닭시장 종사자들은 가축상인과 산닭시장이 AI 전파 주범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전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AI가 첫 발생한 2003년 이래 현재까지도 AI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원인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산닭시장과 가축상인을 원흉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설령 산닭시장과 가축상인이 전파 주범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생계는 유지할 수 있는 조치는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닭고기 최대 소비철인 ‘복’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산닭시장이 문을 닫게 되면 산닭 종사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유통시장도 제때 출하하지 못한 토종닭들로 넘쳐나 대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뻔하고 종사자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지만 정작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정부는 무대책·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구포시장의 한 산닭상인은 “종사자들이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여지는 남겨줘야 하는데 정부는 너무 일방적이다”면서 “작년 연말부터 현재까지 닭 한 마리 못팔고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산닭 종사자들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인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양동시장의 산닭상인은 “이번 복 시즌에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다면 길거리에 내앉는 상인들로 넘쳐 날 것”이라며 “7개월간 매출이 제로인 상황에서 더 이상 임대료, 인건비 등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도산 위기에 내몰려 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AI 발생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들에 대해서는 추가 사육비용, 입식지연 등에 따른 소득안정자금 등 여러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가축상인들에 대한 지원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토종닭 유통시장의 큰 축으로 활약하고 있음에도 상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어떤 지원대책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최근 AI 경영안정자금 지원대상에 전통시장 등의 가금류 판매상을 포함시킨데 이어 중소기업청과 협의해 경영자금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과정이 복잡하고 해당 요건을 갖출 수 있는 대상자들이 전무해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한국토종닭협회 산닭분과위원회 김태우 부산·경남지회장은 “닭을 팔아야 먹고 사는 종사자들이 원하는 것은 영업재개 뿐이다”면서 “악몽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무대책으로 일관하면서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와 당당히 맞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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