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 접목, 양잠산업 재도약 이끄는 ‘우아한영농법인’

흔히들 하늘이 준 벌레라는 ‘누에’는 인류에게 부드러운 실크를 제공해주던 ‘착한 벌레’이다. 우리는 삼한시대 이전부터 누에로 옷을 만들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후가 직접 뽕잎을 따고 누에를 치는 조선시대의 친잠례(親蠶禮)는 종묘와 사직 다음으로 중요한 행사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누에산업은 한때 3억6천500만 달러의 수출액을 달성하는 수출역군이기도 했으나 저가의 중국산 생사 공과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구조적 약점으로 인해 급속히 쇠퇴해왔다.

충북 보은에 자리잡은 우아한영농조합법인(대표 이준기)은 누에를 중심으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고, 누에를 활용해 30여가지가 넘는 다양한 가공상품을 개발해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글 싣는 순서
① 로즈랑스 농촌교육농장
② 영농조합법인 덕동원
③ 우아한영농조합법인
④ 쉽영농조합법인
⑤ 군산시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충북 보은군은 현재 25농가들이 양잠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사양산업으로 내리막을 걷던 양잠산업을 악착같이 붙들고 있었던 것은 농촌진흥청에서 실크 소재에 불과하던 누에를 먹는 소재, 바이오산업 소재로 탈바꿈시키면서 재도약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농수산대학 졸업과 함께 화훼농사를 짓던 이준기 대표는 2004년 폭설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화훼농사를 접고 부친께서 평생 해왔던 누에 농사에 참여하게 됐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누에를 활용한 가공제품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누에를 활용한 가공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보은군에서 생산한 누에 전량을 매입해 가공, 판매까지 할 정도로 사업이 확대됐다.

이때 이준기 대표는 지역 농업인들과 연계해 소득도 높이고 보은군 농업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잘 살아가자’는 이 대표의 소신 때문이다.

이 대표는 누에를 중심으로 대추, 사과 등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양한 가공제품까지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여보자며 지역 농업인들을 설득해 지난 2015년 1월 ‘우아한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이 대표는 “법인을 설립하면서 대부분 70~80대에 이를 만큼 고령인 양잠농가들이 우아한영농법인에 참여해 손주들에게 넉넉하게 용돈을 줄 수 있도록 성공하자는 꿈을 갖게 됐고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보은군 관내 ‘양잠농가’를 중심으로 ‘누에, 누에고치, 뽕, 황토사과, 표고버섯, 대초, 고구마, 감 등 농산물, 누에환, 보은대추과제세트, 뽕잎환, 뽕잎차, 뽕잎비누세트 등 가공제품, 다양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누에의 우아함 상표 출원’, ‘생동충하초 소량 재배 키트 국유특허 통상실시권 계약’을 하는 등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무엇보다 계절별 맞춤형 체험프로그램은 인기가 상당하다. 대추과자 만들기, 오미자 수확, 누에고치공예, 전통식품·종가체험 등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을 활용해 시기별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관내에 거주하는 무형문화재(보은송로주, 목불조각장, 야장, 낙화장) 장인들도 체험프로그램에 동참해 체험객들과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

단순히 생산된 농특산물을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공공장과 연계해 다양한 가공제품으로 재탄생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대표는 “남들은 누에만 잘 팔리고 높은 소득을 올리면 될 것을 무리하게 영역을 넓힌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면서 “그러나 누에뿐만 아니라 보은 농특산물의 부가가치가 향상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과 보은 농특산물이 자주 접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농업인들과 함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격이 다른 체험 프로그램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상당하다. 단순히 농산물을 수확하는 프로그램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대추 수확과 대추과자 만들기’, ‘오미자 수확과 효소 만들기’, ‘딸기 수확과 딸기 비누 만들기’ 등 한차원 높은 프로그램은 체험객들로부터 인기가 매우 높다.

이 대표는 줄곧 내리막을 걷던 양잠산업은 30여 가지가 넘는 가공제품으로 재탄생해 위기를 넘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다른 농산물 가공제품 개발은 과정도 복잡하고 농가들도 섣불리 나서지 않아 고민이 크다. 기껏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개발한 가공제품이 무조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영농법인이 이제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매출과 체험객들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면서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된 것를 고쳐 나간다면 우아한영농법인이 꿈꾸던 미래를 반드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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