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 나른한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산나물은 산을 품은 맛과 향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좋은 각종 천연 기능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인기가 매우 높다. 산에서 나거나 재배하는 식물 중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산채(山菜), 즉 산나물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약 320여 종류의 산나물이 있다.

이 중에서 취나물류가 60여 종류로 가장 많고, ‘취’라는 이름 또한 산나물을 뜻하는 채(菜)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산나물의 대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취나물 중에서도 대표가 있을까? 필자는 기나긴 겨울을 지나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제일 먼저 찾는 풀이자 잎이 곰 발바닥 같이 생겨 이름에 ‘곰’이 들어간 곰취라고 생각한다.

곰취와 비슷한 식물로 곤달비, 고추냉이, 동의나물 등이 있는데 곤달비와 고추냉이는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이지만 동의나물은 먹으면 혀가 마비되고, 호흡이 가빠오는 등의 증세를 보이는 독초이므로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동의나물은 잎 표면이 매끈하고 광택이 나고 두껍지만 곰취는 잎이 연한 느낌이 들고 광택이 없다. 꽃 피는 시기와 형태 또한 동의나물은 봄인 4〜5월에 꽃줄기 끝에서 보통 두 송이로 갈라져 피며, 곰취는 여름인 7〜9월에 하나의 줄기 끝에 여러 꽃이 종 모양으로 핀다.

이 사는 깊은 산속에서 자란다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 곰취는 예전엔 도시인들이 쉽게 먹을 수 없었던 귀한 것이었다. 귀한 만큼 몸값도 비쌌지만 무엇보다 곰취의 독특한 향과 맛은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녔다. 곰취의 어린잎은 특히 돼지고기의 누린내를 잡고 육질과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곰취는 ‘한라에서 백두’에 이르는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는데, 해발 6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속 습한 곳에서 자란다. 그래서 곰취의 주요 재배지는 청정한 산속으로, 도심 주변에서 곰취를 직접보기는 어렵다.

봄철에 어린잎은 나물과 쌈 채소로 사용하며, 한방에서는 뿌리를 호로칠(胡蘆七)이라 하여 진해(鎭咳, 기침을 그치게 함), 거담(去痰, 가래를 없앰), 타박상 및 허리와 다리의 동통(疼痛, 쑤시고 아픔)을 완화시킬 때 사용한다. 민간에서는 곰취를 황달, 고혈압, 간염 등에 이용한다. 곰취에는 비타민 A, B1, B2, C, E, 카로티노이드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며, 항산화 기능을 하는 물질을 함유하여 성인병 예방은 물론, 혈액순환 개선, 발암 억제 효과, 항염증 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 곰취는 주로 산나물(식용)로 사용하지만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약용으로 사용해 왔고, 미국 등 서양에서는 특이한 잎 모양과 눈에 띄는 노란색 꽃으로 정원용 소재로 더 많이 쓰인다. 이처럼 나라별로 식물을 보는 눈과 대하는 태도가 참으로 다르다. 달리 말하면 곰취야말로 다양한 용도로 개발이 가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식물이다.

이 잠재력을 알아본 강원도 양구에서는 2004년부터 해마다 5월이면 곰취축제를 열고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양구의 특산물로 자리매김한 곰취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수요를 촉진시킴으로써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곰취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곰취를 쌈채소에서 찐빵, 전병, 장아찌, 쌈밥, 떡 등 다양한 먹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곰취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기대되는 매우 소중한 산림생명자원이다. 게다가 나무를 키워 돈을 벌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곰취는 심어 놓으면 짧은 시간에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단기소득 임산물이다. 시설이나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된 곰취보다 산속에서 재배된 곰취가 그 특유의 향과 맛이 더 진해 수요자로부터 인기도 더 높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나물의 제왕인 곰취의 명품화를 위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 중심의 자세로 앞으로도 계속 연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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