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철폐·240억달러 적자·농산물가격 폭락 등 최악 상황 반영해야

 한미정상회담이후 더욱 기정사실로 굳어진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미국의 압박수위를 줄여보려는 수세적 자세보다, 불평등을 구체적으로 따지는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쌀을 제외한 모든 농축산물 관세를 20년내 철폐토록 규정한 것 등 농업분야 불합리한 조항들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는 게 농업계 주장이다.

그도 그럴것이 로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과의 FTA에 대해 ‘끔찍한 협상’이라고 말했지만, 농업분야의 흑자는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미국 농가들은 한미FTA를 통해 24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FTA 발효되기 전보다 연평균 30%이상 한국으로의 농축산물 수출물량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미국측도 농업분야에 대한 불공정무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재협상에 대비해 우리측도 요구사항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산업경제학과)는 최근 SNS를 통해 “한미FTA 협상은 우리 농산물 부문에서 최악의 협정이었다”면서 “농축산물 관세철폐 유보, 미국측의 천문학적 규모의 보조금 인하 등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실무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지난 5년간의 (한미)FTA 효과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한 뒤 대응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한 점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농업분야 피해 상황을 요구조건에 담을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연평균 수입규모가 14억달러나 증가하는 무역불균형, 5년간 240억달러에 달하는 적자, 우리측의 농산물 수출 내용이 궐련(담배), 혼합조제식료품, 기타음료, 라면, 비스킷 등 일반식품업체 제품을 농축산물에 포함시켜 무역적자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점 등을 우선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곡물이나 과일, 채소 등 실질적인 농산물은 농축산물 전체 수출액의 9%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미국이 농업분야에서 요구할 사항들을 충분히 예측하는 분석작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그동안 예측 가능했던 쇠고기 등의 축산물 추가개방, 감자 수입금지조치 해제 등이 우선 요구사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쇠고기 수출 물량이 10억달러 초과(2016년)된 상황에서 굳이 광우병파동을 야기했던 쇠고기 추가개방을 요구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 추가개방이 이뤄지더라도 시장의 한계점이 보이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민의 정서를 거스르는 위험요소를 감내하면서 요구할 사항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한 세균병이 발생해 수입금지조치를 내린 감자 문제 또한 일정기간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압박대상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당장 흑자규모를 확보할 수 있는 실리적 개방요구가 우선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쌀 관세화 절차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513%에 해당하는 고율관세를 어느정도 인정하는 대신, TRQ(저율관세할당) 비중을 높이라는 주문이 있을 것”이라며 “이뿐 아니라 현상황에서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있는 위생검역(SPS), 잔류농약기준 완화, 유전자변형 제품 기준 완화, 원산지표시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산업통상자원부 주도의 T/F팀이 꾸려지기 전에 농식품부가 해당 전문가들을 모아 농업분야에 대한 FTA 재협상 대책 논의를 가져야 한다”면서 “주도권을 상실한 T/F팀 합류는 또 다시 추가개방의 희생양을 강요받는 과거 사례를 되풀이하는 결과만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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