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농림부에 여성정책 전담부서인 여성정책담당관실이 처음 생기고 2011년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를 병합하는 과정에서 여성농업인 전담부서가 해체됐다. 이후 여성농업인 단체들은 여성농업인 담당부서가 없어 정책 수립과 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꾸준히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해 왔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여성농업인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여성농업인 정책 전담부서 설치ㆍ창업 지원대책 마련 등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박근혜 전대통령은 후보시절 여성농업인을 적극 육성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대책 실천을 다짐했다. 또한 이를 위해 여성농업인 정책 전담부서 부활을 약속하면서, 폐지됐던 여성농업인정책 전담부서 부활을 기대했다. 하지만 대선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당시 ‘여성농어업인의 권리와 복지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올해 국회에도 전담부서 설치를 골자로 하는 ‘여성농어업인육성법개정안’ 5건이 제출돼 있는 만큼 올해는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것이 여성농업인단체의 입장이다.


1998년 ‘여성정책담당관실’ 신설로 여성농업인 육성정책의 기반 마련

1998년에 농림축산식품부에 여성정책 전담부서인 여성정책담당관실이 처음 생겼다.
여성정책담당관실이 신설된 후 2001년 12월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이 제정됐고 1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2001년〜2005년)을 통해 여성농민 육성정책의 기반이 마련되면서 여성농업인의 권익보호와 지위향상ㆍ전문인력화 및 복지증진 등 기틀을 다졌다.

이는 여성농업인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돌연 여성농업인전담부서를 없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를 병합하는 과정에 수산부문이 통합되면서 조직을 간단화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성농업인담당관제도를 없앤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양수산을 다시 분리했음에도,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는 여전히 없다.
이에 여성농업인단체는 여성정책담당관실이 없어지고 난 후 여성정책과를 거쳐 농촌사회여성팀에서 농촌사회과로, 농촌사회과에서 농촌복지여성과로 재편되면서 정책 수립과 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분야, 법안발의 13건이 전부
처리법안 7건… 대부분 수정안ㆍ대안 통과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지난달 1일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에서 여성농민결의대회를 열었다.
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이수미 상임연구원은 최근 ‘19대 국회 여성농민 관련 입법현황과 20대 국회 정책과제’란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기준 제19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1만 7,768건이며 이 가운데 7,683건의 법안이 처리됐고 1만85건이 계류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접수된 의안은 1,292건으로 이 가운데 575건이 처리되어 45%의 법안 가결율을 보였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법률 중 개정 법안 발의는 604건이며 여성농업인 분야로는 13건, 처리된 법안은 7건이 전부다.

19대 국회 여성농업인과 관련된 개정 법률안은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농업협동조합법, 농업기계화 촉진법 등이다.

여성농민 법적ㆍ사회적 지위개선, 생산주체로서의 여성농업인, 여성농업인 북지ㆍ삶의 질 개선 등이 주요내용이다.

가결된 7건의 법률안 원안은  △‘정부조직법’개정에 따라 농림축산부와 해양수산부 간의 업무영역과 권한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함(수정가결, 여성농업인과 직접 연관 없음) △여성농어업인 관련시설에서 영유아ㆍ아동 및 노인 등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마련(수정가결) △여성농어업인의 가정 문제에 대한 고충 상담을 지원하도록 하고, 여성농어업인 관련시설에 여가활동 지원(수정가결) △시ㆍ도지사가 후계농어업경영인을 선정하는 경우 농어촌에 거주하는 여성과 다문화가족 구성원을 우대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수정가결)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권익 향상을 도모하고 지역농협의 여성 임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역농협 이사 중 1명 이상을 여성조합원 중에서 선출(대안반영, 폐기) △농업기계화 기본계획에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업기계 연구ㆍ개발을 포함(대안반영, 폐기) △농업기계 임대사업자는 여성·고령농업인 및 가족 단위로 농업을 경영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농업기계 임대사업의 대상으로 우선하여 선정(대안반영, 폐기) 등이다.

이수미 상임연구원은 “여성농민의 법적, 사회적 지위개선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는 지난 국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채 폐기됐고, 여성농업인의 날은 한차례 논의로 끝맺었다”고 말하며 “19대 국회에서 가결된 7건의 개정안도 원안보다는 수정안 혹은 대안이 통과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회, 여성농업인전담부서 설치 법안 발의
황 의원, “체계적인 여성농업인정책 필요”

올해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관련된 법안 5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4년 동안 여성농업인 분야로 13건의 법안 발의에 비하면 이번 국회의 목표도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지난해 11월 18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여성농어업인의 육성정책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설치ㆍ운영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황 의원은 “여성농업인이 전체 농업인의 53%를 차지하고 있는 등 여성농어업인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농어업인으로서의 지위는 아직 남성농어업인에 비해 낮은 상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농어업인 육성ㆍ지원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어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여성농업인 전담부서와 관련해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위원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 등 5건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한여농, “중앙과 지자체간 정책추진체계 마련돼야”
전여농, “여성농업인전담부서 설치하라” 촉구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많은 의원들이 여성농어업인육성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오는 9월 정기 국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여성농업인단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20년간 외쳐왔던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지난 6월 1일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에서 여성농민결의대회를 열고 전담부서 설치를 촉구했다. 이어 지난 7월 17일에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올 해 안에 육성법 개정하고, 농식품부는 전담부서 설치를 촉구하라’고 외쳤다.

또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전국 9개 도를 돌며 전담부서 설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 23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하는 전국여성농민결의대회 및 국회 대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성농업인단체들은 농림축산식품부에 여성농업인전담부서 설치와 함께 지자체의 여성농업인 전담인력과 부서의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여성농업인 정책의 수립이나 시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여농 이명자 회장은 “50% 이상이 여성농업인이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여성농업인 정책과 관련해 여성농업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줄 곳이 없다”며 “여성농업인이 정책 참여를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해통한 중앙에서 시군까지의 정책추진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여농 이춘선 정책위원장은 “지자체 현실에 맞게 계획과 사업ㆍ예산을 편성해야 하지만 지자체의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다. 이는 현장목소리가 반영 안 됐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지자체에 ‘자문회의를 둘(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여성농업인 정책육성의 심의 의결기구로 만들어 반드시 여성농업인과의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강제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