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와인’의 깊은 맛과 향에 취해보세요”

새콤달콤한 과일의 대명사 포도에 ‘차별화’를 더해 특별한 와인을 만들며 농촌에서 희망을 일구는 여성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충청북도 영동군 심천면에서 와인과 함께 행복한 인생 제2막의 문을 연 ‘불휘농장’ 이성옥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불휘농장이 위치한 영동군은 국내 유일 ‘포도ㆍ와인특구’로 지정된 곳으로, 현재 43개의 농가형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가 육성ㆍ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불휘농장의 와인은 각종 와인 품평회에서 최고의 와인으로 인정받으며 두각을 나타내며 농가형 와이너리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성옥 씨가 와인과 인연을 시작하게 된 것은 평소 귀농의 꿈을 품고 있던 남편 이근용 씨가 지난 2007년 영동에 포도밭을 매입하면서부터다.

“농촌으로 들어왔지만 생각보단 농촌생활이 만만치 않았어요. 고구마, 콩 등을 재배했는데 시장에 내다 팔아보니 오히려 적자였죠. 그때 우연히 동네 어르신께서 포도밭을 권유해 구입해 일구게 됐는데, 어르신께서 관리를 잘해놓은 덕분인지 2~3년 동안은 별다른 관리 없이 포도수확만하면 돼서 수익이 쏠쏠히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농사(農事)에 농(農)자도 모르던 부부가 농사에 적응을 할 때 쯤, 칠레와의 FTA 체결로 칠레산 포도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며 포도값 폭락이라는 큰 시련을 겪게 됐다. 또다시 고민이 깊어진 이성옥 씨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와인’이었다.

“귀농 후 남편은 낮에는 농사일에 매진했고, 저녁에는 그동안 관심 있었던 와인에 대해 유원대학교 와인아카데미에 들어가 공부를 했었는데, 포도값도 떨어지고 하니 농사지은 것으로 와인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포도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와인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와인을 만드는 것도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은 대부분 캠벨을 심고 있는데, 캠벨은 과육이 풍부하고 껍질이 얇아 생과일용엔 좋지만, 와인을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은 품종이기 때문. 이에 수입 와인에 비해 맛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기존 농가형 와이너리에서 대부분 레드와인을 만들고 있어 차별성도 떨어졌다.

불휘농장은 다른 농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국내 청포도 품종인 ‘청수’로 화이트와인을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불티나게 팔렸다. 불휘농장은 ‘시나브로’라는 브랜드로 와인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청포도 화이트 와인으로 ‘시나브로’의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불휘농장의 와인에 대한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다른 와인에 비해 맛이 떨어져 외면 받던 캠벨 품종을 이용해 풍미가 우수한 와인을 만드는 기술 연구에 성공한 것.

“캠벨은 아무래도 와인전용 포도에 비해 맛이 가볍고 심심하며 색깔도 옅은 편이에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 포도의 수분을 말리는 방법을 적용해봤죠. 다양한 방법으로 수분을 말리는 시도를 한 결과, 포도를 따지 않고 나무에서 달린 상태에서 40%정도의 수분을 건조해 와인을 만드니 맛과 향이 뛰어난 ‘시나브로 컬트 스위트’가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불휘농장은 ‘한국와인베스트샐렉션 2016’에서 시나브로 컬트 스위트가 1위를 해 농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최고 등급의 메달인 그랑 골드 메달을 받았다.
또 시나브로 화이트와인은 금상, 시나브로 드라이는 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이렇게 불휘농장은 각종 대회에서 최상위 와인으로 선정되며 국내 최고 와인임을 입증 받았다.

포도농사를 짓다 와인이라는 2차산업에 도전한 결과는 성공이었다. 불휘농장은 이에 멈추지 않고 체험을 진행하며 대표적인 6차산업장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이성옥 씨가 시나브로 와인의 마케팅과 체험장 운영을 도맡았는데, 그녀의 섬세함과 친근함이 크게 한몫했다.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초기엔 아무리 좋은 와인을 만들어도 판로가 없어 막막했어요. 그땐 행사, 축제 등에 빠짐없이 나가 시나브로 와인을 알리는데 주력했죠. 어느 정도 시나브로 와인을 알린 이후에는 소비자들이 농장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농장에 작은 와인바를 만들었어요. 언제든지 방문해 시나브로 와인을 시음하고 즐기고 구매할 수 있게 말이죠. 또 힐링이 되는 와이너리를 만들기 위해 체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불휘농장에서는 뱅쇼, 와인 족욕, 샹그리아 만들기, 나만의 와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3천5백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이와 함께 불휘농장은 최근 일가족 4명이 모두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성옥 씨와 남편 이근용 씨를 비롯해 아들 이병욱 씨 내외가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와이너리를 이끌어가기 위해 결혼 후 귀농을 택한 아들 이병욱 씨는 더욱 전문적인 와인생산과 마케터로서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곧 독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라고.

“처음엔 아들 내외가 우리와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하겠다고 나섰을 땐 걱정이 많이 됐는데, 이제는 저보다 아들 내외가 더 잘 이끌어가는 모습에 든든한 마음이 들어요. 아들 내외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 와이너리를 재정비해 힐링이 될 수 있는 와이너리, 누구나 가고 싶고 또 오고 싶은 와이너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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