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축산부분 공약, 가축질병 방역 개선에 초점

“축산방역 강화로 AIㆍ구제역 해결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축산분야 중 유일하게 ‘축산방역 개선’을 공약했다. 무허가축사, 청탁금지법 등 풀어야할 축산분야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가축질병 개선’에 초점을 둔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악의 피해로 기록될 정도로 사회 전반에 많은 파장을 낳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술한 방역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농림축산식품부는 AIㆍ구제역 방역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지난 4월 방역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문재인 대통령은 “AI 방역대책이 의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AI의 근원적인 해결방안 수립을 지시했다. 농식품부는 관계부처, 전문가, 생산자단체 등과 협의하며 또 다시 AI 방역 대책을 보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축산을 하려고 방역을 하는 것인지, 방역을 하려고 축산을 하려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제만 가득한 방역 대책에 농가들은 축산업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지는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를 되짚어 보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축산 방역 강화’에 대해 집중 점검해봤다.


AI 발생 14년 째…땜질식 방역대책에 그쳐

고병원성 AI가 지난 2016년 11월 국내 발생 후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사상 최대의 AI 피해를 낳았다. 살처분된 가금류만 4천만마리에 육박하며, 전 국민적 대규모 피해를 야기 시켰다.

AI 대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03년 처음 고병원성 AI가 발생한이레 14년 동안 총 6번의 AI가 발생했고, 꾸준히 방역 대책을 강구해왔다.

물론 예전에 비해 잦아진 해외교류, 규모화ㆍ밀집화된 축사시설 등으로 피해규모가 점차 커진 것도 있지만, 그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방역 대책이 ‘땜질식’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농가를 비롯해 국회, 언론 등에서도 AI 방역 체계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했고 이와 함께 방역 체계 개선 방안 마련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이에 농식품부는 AI 발생 예방과 확산 차단을 위한 AI 방역 개선 대책을 마련키 위해 T/F팀을 구성, 지난 4월 방역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방역 대책에 대한 논란은 지속됐다.

지난 4월 전국 가금 사육농가가 운집한 가운데 개최된 방역 개선 대책 철회 집회에서 한 생산자단체장은 “첫 AI가 발생하고 14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여전히 AI 방역 대책에 대한 로드맵이 없고, AI가 발생하면 응급 처리하는데 급급했다”면서 “또한 정부가 내놓은 AI 방역 개선 대책에는 방역 실패의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규제만 가득해 축산업이 위축될 것은 물론, 오히려 방역효과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가축방역 전담기구 ‘심의관’으로 가닥
“축산정책국 보조 형태…방역업무 독립성 떨어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축산분야 중 유일한 공약으로 ‘축산 방역 강화’를 약속할 정도로 가축질병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가축전염병에 대해 책임 있는 방역행정을 추진하겠다며 △축산 방역조직 및 예방 강화 △AI 백신에 대한 연구 및 한국형 백신 생산체계 구축 △가축질병공제 제도 도입 등을 공약했다.

가축질병 문제는 해묵은 과제다. 방역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또한 질병 발생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축산 방역조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역 조직 및 방역 인력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중앙 방역 조직이 축산진흥 업무와 규제적 성격인 방역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효율적인 방역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 또 현장에서 방역 업무를 수행하는 지방 방역 인력이 일본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처우도 열악해 실질적인 방역활동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생산자단체는 농식품부 내 방역정책국을 설립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심의관’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농식품부 축산국 내 방역심의관을 신설해 축산진흥과 방역업무를 분리하고 방역업무에 독립권을 부여한다는 조직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심의관도 국장급 고위공무원이지만, 축산정책국장을 보조하는 형태인만큼 ‘축산진흥 시각에서 독립된 방역정책 추진’이라는 조직개편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장에서 방역을 책임지는 지자체의 방역인력을 크게 확대키 위해 행정자치부는 지자체에 기구조정, 인력확충 등 방역조직 개편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 통보했지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수용할지 미지수다.

 한국형 AI 백신 개발시스템 구축되나… “백신 효과 검증 안 돼…섣부른 도입은 위험”

정부는 AI 방역정책을 큰 틀에서 ‘살처분’ 정책을 사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AI가 사상 최대의 살처분수를 기록하며 살처분과 매몰만 반복하는 현재까지의 국가 방역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AI 백신 도입에 대한 주장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산란계 농가와 방역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백신사용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축산 방역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AI 백신에 대한 연구 및 한국형 백신 생산체계 구축’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해 AI 백신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AI 방역대책 개선에 대한 토론회에서도 AI 백신 도입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강사로 초청된 국제 AI 전문가인 FAO 레스 심스 박사는 홍콩을 백신도입 성공사례로 소개하면서 “중국으로부터 AI바이러스가 유입될 위험이 크고 밀집사육 문제도 있는 홍콩과 한국은 유사해 좋은 예다”면서 “홍콩은 차단방역 수준을 높이는 것만으로 AI를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해 백신을 도입했고, 덕분에 AI 발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I 백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대 김재홍 교수는 “백신을 사용해서 효과를 봤다는 사례보다 큰 효과가 없다는 사례가 더 많다”며 “백신을 도입하면 그에 따른 후폭풍이 큰 만큼 해외 연구자료 몇 가지만 보고 백신을 섣불리 도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손한모 AI 예방통제센터장은 “정부는 항원뱅크와 긴급 백신제조 시스템 구축안에 대한 의견을 9월 말까지 수렴한 후 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다각적인 측면에서 백신의 영향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축질병공제 제도 도입 ‘탄력’… “질병 예방 기대 효과 크다”

가축도 사람의 의료보험처럼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보험제도 필요성이 제기되며 ‘가축질병공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미리 비용을 들여서라도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가축질병공제제도는 축산농가가 공제에 가입하면, 지역 수의사가 주기적으로 농가를 방문해 질병에 예방ㆍ치료하고, 폐사 시에는 보상하는 제도다. 비용은 농가와 정부 지원이 절반씩 매칭된다. 질병예방, 조기진단 등에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 가축질병공제 제도 도입이 수년 전부터 추진됐다. 그러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매년 예산확보에 실패하면서 도입이 무산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가축질병공제 제도 도입을 공약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특히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가축질병 방역체계 강화를 위한 보험제도라며 ‘가축질병공제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처음 도입되는 것이니 만큼, 우선 몇 개의 축종을 선정해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차츰 적용 대상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용부담’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도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농가의 방역 책임을 높이기 위해 가축방역기금 설치를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양계에 대해 가축방역호조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육류, 가금ㆍ계란, 낙농에 대해 동물건강기금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는데, 농가 및 업계가 기금을 조성하면 정부는 매칭 펀드로 지원해 살처분 보상금, 방역 관련 비용 등에 기금을 활용하고 있다.

축산농가 방역의식 제고에 힘써야

가축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올바른 정책 추진도 중요하지만, 규제만으론 질병을 잡을 순 없다. 이에 축산농가들도 농장을 질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방역의식 제고에 힘써야 한다.

지난 6월 발생한 AI의 경우 전북 군산의 종계장에서 닭의 집단폐사가 발생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고 쉬쉬하다 제주도까지 AI가 확산되는 것을 초래했다.

가축질병의 빠른 초동방역을 위해 신속한 신고는 필수다. 또 소독을 철저히 하며, 백신정책이 도입된 돼지와 소의 경우 철저한 백신접종으로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밀집사육도 개선해야 할 숙제다. 최근 FAO에서도 AI 원인을 ‘공장식 밀집사육’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농가는 자신의 농장을 지키기 위해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정부도 규제를 위한 방역정책이 아닌, 농가가 실천할 수 있는 현장중심의 근본적인 방역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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