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농식품 유통정책의 바람직한 방향

“도매시장의 거래방식 다양화가 공영도매시장체계 내에서 과연 발전적인 제도개선인지? 아니면, 해가 되는 제도인지 따져봐야 한다. 거래방식의 혼용(경매, 상대매매 등)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생산농민, 소비자, 도매유통인), 누가 어떤 목적으로 요구하는 것인지를 냉철한 이론적 접근과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식품유통학회 김병률 회장(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농식품 유통과 식품산업, 소비, 수출 등 관련분야의 조사 및 정책연구에 특화된 한국식품유통학회가 지난 7월 20~21일 양일간 충북 단양에서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신정부 농식품 유통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의 기조발제에 나선 김병률 학국식품유통학회장은 “농산물 유통의 바람직한 지향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발표에 따르면 “농산물 유통의 지향점은 효율화 및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더해주고, 생산자에게 제값받기와 안정적인 소득증대를 안겨주는 것”이라며 “여기에 농산물 유통을 수행하는 중간유통인들에게는 유통활동을 통한 수익(부가가치)을 올리게 하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소비자와 생산자, 유통인은 각각의 목적함수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는 소비만족도 극대화이며, 생산자는 소득극대화, 유통인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행동한다. 이 때 소비만족도는 가성비와 다양성으로 극대화될 수 있다. 소비만족도는 농업인의 생산 다양성과 소비지향적인 다차가공품을 공급하는 원활하고 경쟁적인 유통환경으로 충족될 수 있다.

지난 정권에서 소비만족도 제고를 위해 유통비용을 절감시키려는 정책은 방향성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핵가족, 1인가구, 맞벌이, 고령화 등의 소비환경 변화는 다양한 소비계층과 취향을 발생시켰다. 이에 맞는 농식품 공급을 위해서는 다양한 유통기능이 요구되며, 유통기능은 필연적으로 유통비용의 추가를 수반한다.

특히 농산물은 재배농가의 첫 판매단계부터 최종 소비자의 구매단계까지 전혀 다른 형태와 가치가 부여되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무의미 하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의 가공도와 부패성, 운송비가 높을수록, 또한 출하시기가 짧고, 부피가 클수록 농가수취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통비용 절감이라는 목표는 산지유통시설과 보관시설(냉장시설), 운송수단, 도매시장 등의 기본적인 유통의 하부구조가 취약할 때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미 유통하부구조가 확립되어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목표 설정 자체가 의미 없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지난 정권을 반추해 볼 때 소비만족도 제고를 목적으로 인위적인 유통비용 절감 정책을 펼친 결과, 오히려 소비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와 정책실패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소비만족도 제고를 위해서는 ‘효용부가 유통활동’을 적극 육성하는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이다. 효용부가 유통활동에는 △형태효용 증진(포장선별, 전처리, 다차가공 등) △품질효용 증진(콜드체인시스템,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등) △장소효용 증진(공동운송시스템, 중계분산물류 등) △시간효용 증진(비축기지, 냉장보관시설 등) 등이다.

농산물의 유통단계는 △1단계-산지 수집, 포장선별 및 출하 △2단계-소비지 도매시장 집중 및 대량분산 △3단계-소매 소량분산이 기본적이다. 이 과정에 중간상인이 개입하는 것은 필요에 의한 부가기능이며, 산지·도매·소매의 단계에는 각 유통주체들의 기본 기능이 있다. 각 단계의 기능은 유통주체를 줄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유통주체들에게 이관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통단계의 축소는 전문성 약화와 서비스 부실, 추가비용 발생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통단계의 인위적인 축소는 선진적인 정책이 아니다.

김 회장은 “공영도매시장 정책은 중장기 계획에 따라 시장별 맞춤형 시설현대화를 추진해야 하며, 거래제도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의 자기중심적인 목적 달성보다는 도매시장 건설 운영의 궁극적인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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