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는 알아도 머루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고려가요 ‘청산별곡’ 가사 중에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에서 ‘멀위’가 바로 머루다. 오만 원권 앞면에 있는 ‘묵포도도(墨葡萄圖)’에서 산사임당이 그린 과일은 포도일까, 머루일까? 바로 머루다. 머루는 포도와 달리 송이 전체가 한꺼번에 익지 않는데, 그림에서도 전체가 똑같이 익지 않는 머루의 특징이 잘 나타나있기 때문이다.

머루는 산에서 자라는 야생포도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북아시아 지역에만 분포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과일이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머루는 대부분 왕머루와 개량머루인데, 왕머루는 송이와 알이 커서 과실의 식용이 가능하고 포도와 그 생김이 비슷하여 산포도라고도 한다.
개량머루는 과실을 개량하기 위해 인공 교배하여 육성된 것이다.

머루는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 널리 자생하는 낙엽활엽의 덩굴성 식물로 길이가 10미터에 이른다. 토종다래와 마찬가지로 추위를 견디어 내는 내한성이 강하여 전국에서 생육ㆍ재배가 가능하다. 머루는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으며 맹아력과 내염성(소금기에 잘 견디어 내는 성질)도 강해 바닷가 근처에서도 잘 자란다. 주로 계곡이나 바위틈에서 나서 바위 위나 다른 나무 위를 올라가며 생육한다. 머루는 5월에 황록색 꽃이 피고, 9〜10월경에 열매가 검게 익는다.

머루에는 비타민류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데, 특히 비타민 C가 풍부하여 괴혈병 예방에 좋고, 비타민 A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야맹증에도 효과가 있다. 예부터 산머루 잎 추출물은 구토, 설사, 동상에, 열매는 강심제(약하거나 불완전한 심장의 기능을 정상으로 돌이키는 데 쓰이는 약제) 등으로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머루는 신맛이 강해 생식용으로 적합하지는 않지만 술을 담그면 색깔이 예쁘고 술맛도 좋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머루는 폴리페놀물질과 에티카테킨 함량이 높아 노화방지와 동맥경화예방 등의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야생다래와 마찬가지로 야생머루도 열매가 작고 수확량이 적어 일반적으로 재배하여 판매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인제, 홍천, 평창, 양평, 영동 등 10개 지역에서 후보목 64그루를 선정, 과실형질을 조사하여 과중(열매의 무게)이 0.9〜1.4g인 우량한 머루 12개체를 선발하였다. 개체별로 삽목(꺾꽂이)으로 증식 후 클론검정하여 현재는 수확량이 많고 형질이 우량한 홍천2호, 영동10호, 양평2호 등 3클론을 선발하고 생육특성 및 과실특성 등을 조사 중이다.

일반적으로 머루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고품질 과실 생산을 위해 머루의 수형은 채광과 통풍이 잘되도록 유도하고,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수형은 울타리형(1단식, 2단식, 3단식) 또는 덕식으로 유도할 수 있다. 머루는 지난해 자란 가지의 마디에 형성된 눈에서 새가지가 자라 열매를 맺는데, 이 새가지를 결과지라 하고 지난해 가지를 결과모지라 한다. 결과지에는 2〜5개의 꽃송이가 달리는데 꽃은 보통 셋째 마디부터 달리며 결실 연령이 빨라서 식재 다음해부터 착과(나무에 열매가 달리는 것)가 가능하며 자연 상태로 방임하면 결과모지가 웃자라게 되므로 해마다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다래와 같은 후숙 과일이 아닌 머루는 일단 수확되면 성숙현상이 거의 정지되므로 색깔, 당도 등이 최고로 축적되었을 때 수확하는 것이 좋다. 착색기로부터 35〜40일이 지나 열매에 흰 가루가 생기고 당도가 15 브릭스 이상일 때가 수확적기다.

포도에 밀려 그동안 소홀했던 우리의 토속 산과실 머루는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가능성에 그 이용가치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새롭게 각광받는 신 소득 작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이것의 이용과 상품의 개발로 농산촌의 소득증대와 FTA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유실수 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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