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준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육종과 연구사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다람쥐, 도토리 점심가지고 소풍을 간다♬.

어릴 적 누구나 즐겨 부르던 동요 ‘다람쥐’의 가사다. 이따금 등산길에 다람쥐를 만나면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한참을 보다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하는데, 산에서 내려와 땀을 식히며 마시는 한 잔의 막걸리와 도토리묵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게 만든다.

이처럼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도토리 열매를 맺는 낙엽성 참나무속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다. 낙엽성 참나무속은 우리나라 전체 임목축적량의 24.9%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흔한 수종으로, 현재도 많이 심겨지고 있다.

도토리는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열매를 총칭하는 말로, 낙엽성 참나무속에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가 있다. 활엽성 참나무속도 ‘도토리’ 열매를 맺는 나무라고 하여 ‘도토리나무’라고 불리고 있지만, 우리가 먹는 도토리묵을 만들 수 있는 나무는 낙엽성 참나무속의 수종들뿐이다.

토리는 신석기시대부터 식량자원으로 활용되어 왔다. 농경사회에서는 귀중한 구황작물이었는데 가뭄이나 흉작으로 먹을 것이 귀해졌을 때 쌀과 보리 등의 주식을 대신하거나 보조했다. 상수리나무는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길 수라상에 올랐다 하여 상수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도토리는 약용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도토리에 함유되어 있는 아콘산은 인체 내부의 중금속 및 유해물질을 흡수ㆍ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요즘에는 도토리묵이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참살이(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도토리양은 전체 소요량의 약 5%에 불과해 국내산 도토리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도토리가 이처럼 각광받는 것은 바로 그 성분 때문이다. 도토리는 70〜80%가 탄수화물로 이 중 30% 정도가 아밀로오스로 구성되어 동물에게 중요한 탄수화물 공급원이 된다. 또한 5~9%의 탄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탄닌 성분은 항산화활성이 높아 체내의 산화물의 농도를 낮추어 인체 내의 지방대사 개선에 효과가 있다. 도토리묵의 떫고 텁텁한 맛과 질감의 차이는 탄닌류 등의 성분 함량 차이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참나무류는 야생동물과 인간에게 도토리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중요한 목재자원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참나무재(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특히 단단한 목재가 필요한 선박을 제작하는데 많이 사용되었으며, 농기구재, 신탄재(숯이나 땔나무로 쓰는 나무) 등으로도 사용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용도를 가진 참나무속 나무의 가치 증진을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형질개량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를 대상으로 수형목(秀型木, 형질이 뛰어난 나무)을 선발, 유ㆍ무성증식을 통해 채종원(採種園)을 조성하였으며, 일반 상수리나무보다 크기도 크고 수확량도 많은 상수리나무 신품종 ‘금수라1호’를 개발하였다.
 ‘금수라 1호’는 일반 상수리나무에 비해 열매 무게가 1.6배 더 무겁고, 수확량도 2.8배 많아 농가의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금수라1호’의 안정적 묘목공급을 위해 접목성공률을 크게 높인 ‘저위활접법’을 개발하였으며, 지속적인 접수공급을 위해 클론보존원을 조성ㆍ관리하고 있다. ‘저위활접법’은 기존의 ‘활접법’보다 대목(臺木)의 높이를 낮추어 묘목을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접목법이다.

참나무류는 청정먹거리와 질 좋은 목재를 공급해 주며, 탄소흡수 능력이 좋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앞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농산촌에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대체작물을 제공하고, 우리는 맛있는 도토리묵을 즐기는 동시에 산림생태계를 유지시키기 위한 임목 육종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도토리 열매를 조금씩 동물에게 양보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산림생태계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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