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국정 100대과제→경제정책방향 ‘용두사미’

문재인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으면서 각분야 국정과제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가운데, 농업분야에 대한 정책이나 실천 계획은 낙제점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박근혜정부의 개방농정 적폐에, 6차산업화나 스마트농업 등이 고스란히 주요농정으로 인계됐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농식품부에 대한 첫 번째 지적사항 ‘쌀값 근본대책 골든타임’에 대한 것조차, 국정 100대과제, 경제정책방향 등에서 모두 제외된 게 대표적 ‘농업 무시’ 사례라는 게 농업계 여론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을 즈음해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과 농정대개혁 청사진 수립을 촉구한다’는 주제의 농업인·시민단체 연석회의에서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은 “쌀목표가격 23만원, 곡물자급률·식량자급률 법제화, GMO완전표시제 도입과 검역강화, 농업 개혁 등 공약으로 내세웠던 어떤 농정도 국정과제에 없다”면서 현정부 농정 패러다임에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날 가톨릭농민회, 전농 등이 소속된 국민행복농정연대 등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정부 농정분야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재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행진을 벌였다.

 농업인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경쟁과 효율만을 추구한 농정의 결과가 농어업·농어촌의 위기를 더욱 키웠기에 농정철학과 기조를 바꾸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공약조차 폐기하고 과거정부의 농정 적폐를 그대로 나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문재인정부의 농업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날이 갈수록 농업정책이 ‘용두사미’로 사라지고 있다는 비난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농정공약은 농산물 개방으로 인한 농업시장의 불안, 물가안정의 희생양으로 인한 농가 소득 불안, 비료값 상승 등으로 인한 농가 경영 불안, AI·구제역 등 각종 재해 불안 등 4대 불안요소를 아우르는 역량의 농정공약이 나열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취임후 국정기획위를 통해 내논 100대 과제에선 쌀 목표가격이 빠져있고, 밥쌀용쌀 수입에 대한 정부 입장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재설정, 농산물 가격지지정책, 농지법 개정 등에 대한 공약사항도 제외됐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는 앞으로 다뤄야 하는 농업정책을 세분화했지만, 기존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되풀이하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농업계의 공분을 샀다.
가령 쌀수급안정대책의 경우 선제적 수급안정대책 운운하며 수매물량 조기 격기, 사료용벼 전환, 생산조정제 실시 등을 열거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과거 정부에서 실패를 거듭했던 ‘분리수거’ 정책으로 확인된 것들이란 지적이다. 물가안정대책으로 수입농산물 할당관세를 연장하고 비축물량을 방출하겠다는 정책 발표 또한, 기존 농산물 가격 억제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뿐만 아니라 내년도 농업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기획재정부의 정부안이 발표되면서,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 농업예산 확충 공약 또한 무시됐다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17일 농정현장의 애로사항과 농정발전 개혁과제를 발굴하겠다는 취지의 농정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출범시켰다.

김영록 농식품부장관,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농업인단체, 농업전문가, 소비자단체, 학계연구진, 언론, 지자체 및 유관기관 등으로 구성된 농정개혁위는 쌀값 회복과 농산물 가격 안정 등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농정현안을 논의하고 국정과제로 만들 계획이라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하지만 이미 짜여진 농업정책과 예산을 그대로 둔 채, 위원회가 운영될 경우 과거 정부와 같이 ‘거수기’ 역할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농업인단체 한 관계자는 “현정부는 이미 박근혜정부의 농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서 “개혁위의 진행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미 정부 주도의 운영방식을 보면, 자문기구의 역할을 취하면서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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