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공동위특별회기, ‘재협상 vs 공동조사’ 입장차 확인

“미국 노동자와 농업, 낙농가, 사업가들이(American workers, farmers, ranchers, and businesses)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FTA를 재개정하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지난 22일 한미FTA 개정 논의를 위한 첫 번째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끝나고, 우리 정부가 ‘첫판 강경책으로 선방’했다고 언론을 장식하는 사이, 미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성명서를 통해 공동위원회의 특별회기에서 제기된 쟁점에 관한 논의가 본격 시작이라는 언급과 함께 이같이 밝혔다.

결국 회의 결과에 대한 양측의 발표내용이 다르게 나온 것이다. 실무적인 협의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고, 서로의 다른 입장차이만 확인했다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회의장 밖 ‘복도회견’과 달리,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협의를 수주간 진행할 것이라고 본격적인 실무회의임을 알렸다.

‘무늬만’ 당당한 김현종 통상외교

공동위 회의를 마치자 마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측의 일방적인 한미FTA 개정 제안에 대해 우리측은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한미FTA에 대한 효과에대한 조사, 분석,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했고, 오늘 회의에서 우리가 제안한 한미FTA 조사에 대한 미측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협정문 22조 7항에도 공동위의 모든 결정은 양 당사국의 합의로 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우리측은 이익균형과 국익 극대화의 원칙 아래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주장대로 FTA 개정협상에 돌입하기 전, 그간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먼저 공동조사에 돌입하자고 당당하게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전달했고, 미국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인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초반부터 단순하고 보수적인 접근에 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미국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을 다루겠다는 한국 측의 동의를 실제적 성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며 이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상호 호혜적 성과’에 대해 단숨에 부정하는 내용인데다, 통상외교가 아닌 강대국으로서 무역불균형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동의를 받아내겠다는 압박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FTA에 대한 공동조사 운운할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미FTA가 발효되기까지 7년간 미국의 다양한 요구 관철을 재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 약값 인하, 자동차 배기
가스 기준 등으로 점철됐던 한미FTA 협상과정을 기억하면 쉽게 이해된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불투명한 ‘이면 협상’ 재현되나?

 미국측은 성명을 통해 “무역적자외에 미국 기업을 배제하고 미국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위적 가격 설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언급했다. 또 “한미FTA가 발효된 이래 미국의 상품수출은 줄어든 반면 한국과의 무역적자는 거의 3배나 증가했다. 미국 서비스 수출은 지난 4년 동안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거듭했다. 한국 정부가 한미FTA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세계적 경기불황이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던 사항들이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같은 미국측의 주장들은, 이번 첫 번째 공동위 회의가 쌍방간 단순 입장표명에 머물렀다는 김현종 본부장의 언급과는 상당히 다른 차원이란 해석이다. 미국 기업의 광범위한 요구사항이 제기됐을 수도 있지만, 김 본부장이 브리핑에서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기호 국제통상위원장은 “지금 상황에서 단순히 한국이 미국의 개정 협상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브리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먼저 한미 FTA 효과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회의결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한미FTA와 관련된 기존의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관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 또 다시 ‘희생양’되나?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성명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의 이행을 개선학 미국 노동자와 농업 및 낙농업자,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협약을 개정 또는 수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재협상 주력 산업분야를 분명히 언급했다.

학계의 한 통상전문가 또한 “미국이 자동차, 철강, IT 분야의 교역 불균형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이유는 미국내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적 전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핑계로 또 다른 요구사항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진단했다.

결국, 농업분야로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004년 쌀관세화유예를 이유로 쌀의무수입물량을 기존보다 2배 많은 40만8천톤까지 늘린데다, 막대한 농업피해가 예상됨에도 별다른 보호대책없이 한미FTA를 체결한 장본인이란 점에서, 미국의 추가적인 농업개방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미 미국은 올초 무역대표부가 ‘2017년 통상정책 어젠다’보고서를 통해 한미FTA재협상 의지를 강력히 밝혔고, 이를 통해 농축산업분야에서도 추가개방을 요구하겠다는 구체적 입장을 피력했다. 보고서에는 30개월령이상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쌀시장 관세할당률 추가개방,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협약 체결에 따른 기준 완화, 원산지규정 완화, 여기에다 무역장벽으로 거론했던 농산물 위생검역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 등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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