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선 (주)대성마리프 냉열IT 융합연구센터 연구본부장

 오늘날 농산물의 생산·가공 및 유통산업의 흐름은 식품·식자재의 신선도와 안전성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가공식품용 원료 농산물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 인식 또한 변화되고 감시기능이 강화되고 있으며, 농산물 수입개방 및 수출증대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품질 경쟁력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현상을 반증이라도 하듯이 농촌지역에 농산물 저온저장고의 설치가 급속히 증가되고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2002년에 저온저장고 설치면적이 116만㎡이던 것이 2010년에는 264만㎡로 증가되었다. 이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저온저장고가 과잉 설치되었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저온저장고 홍수시대 속에서도 실제로 농업인들의 목소리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저온저장 농산물의 품질 변화가 심하고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농산물의 신선도는 농산물이 함유한 수분의 보존정도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데 저온 저장 후에 농산물의 내부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이로 말미암아 판매중량까지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저장고 바닥에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하기도 하고 가습기를 틀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냉각기에 얼음만 많이 생겨 기계 효율만 나빠진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 저온저장고가 많이 설치되다 보니 조금 더 저장기간을 늘리고 품질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저장 기술의 공급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의 농산물 저온저장고 관련 업계와 연구기관의 움직임은 매우 활발하여 농산물 저온저장 품질의 향상이 가능한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저온 저장하는 농산물에 맞게 저장고 내부의 온도 뿐만 아니라 상대습도 까지도 적정하게 조절할 수 있는 ‘습도조절식 저온저장고’를 개발하여 농산물의 수분손실을 줄여 저장품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플라즈마 방전기술을 이용하여 저온저장고 내에 적절한 농도의 오존을 살포함으로써 저장고 내 부패균의 증식억제와 에틸렌 분해를 촉진시킴으로써 부패손실을 줄이는 기기를 공급하는 업체도 있다. 또 다른 업체에서는 에틸렌 제거기나 1-MCP를 공급하여 사과 등의 저장기간을 연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한국형 CA저장고를 개발하여 향후 저장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진보와는 달리 농민들의 반응은 답답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비용이 수반되는 것이기에 안 그래도 빠듯한 생활 때문에 좋은 줄 알지만 이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러한 신기술이 있는지 왜 빨리 알려주지 않느냐는 농가도 있다. 효과적인 신기술을 좀 더 효율적으로 농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은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저온저장고가 양적으로 많이 공급되었다고 해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설치된 저온저장고가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농사용 저온저장고의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저온저장고가 필요한 농민이나 단체들은 이 사업을 활용하기 위하여 순번을 기다리고 있고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점은 이 사업을 통해 보급되는 대부분의 저온저장고가 가격을 우선으로 하여 보급하다 보니 고품질 저장고나 우수한 기술이 보급될 기회를 상실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설치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시설이다 보니 신기술 개발업체의 기회상실의 여파는 매우 크고, 비효율적 저장고를 선택한 농업인의 손실도 대단히 크다고 하겠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하여야 한다.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기술만이 우리의 살 길임은 농업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온저장고 지원 사업에 있어서도 우수한 기술에 대해 좀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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