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대비 물가안정 대책으로 수입·비축물량 방출

‘수입산 할당관세를 연장하고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등 가격불안 품목에 대해 수급을 안정시킨다.’
지난 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서도 생활물가안정대책이란 명목으로 농축산물을 여지없이 가격 억제 대상으로 지목했다. 올 6월 수박·달걀·양파값 인상에 따른 보관물량 방출에 이어, 추석대비 두 번째 농산물 비축 물량 방출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농가소득 기회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추석 민생안정대책이란 명목으로 사과·배·배추·무 등 농축산물을 대량 방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석 명절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10대 추석 성수품을 평시보다 평균 1.4배 확대 공급키로 했다. 우선 정부 비축물량 배추 595톤과 무 270톤을 도·소매시장에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과·배 등 과일류는 평상시보다 2배, 임산물은 1.6배, 축·수산물은 1.2배 시장에 푼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같이 물가안정을 이유로 추진하는 정책에 농산물 가격이 반등 기회를 잃고 지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실질적으로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농산업으로 굳어지면서 생산기반이 와해되고 있다는 게 농업계의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6월에도 가뭄에 따른 농산물가격 상승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양파는 TRQ(저율할당관세물량) 잔량, 즉 수입물량 6만3천톤을 풀었고, 이와 동시에 배추 1만4천500톤, 무5천톤 등도 언제든지 시장에 방출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축산물의 경우 닭고기는 비축물량 8천톤이 마련돼 있고, AI로 부족사태를 겪은 닭걀은 태국산 수입에 이어 스페인, 뉴질랜드, 호주, 미국 등 수입다변화 방안까지 발표했다. 시장원리에 따른 가격 상승 원인이 발생할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이번 추석대비 수급안정대책으로 내논 방안도 똑같이 농축산물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농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는 이같이 물가인상 때마다 농축산물을 주원인으로 꼽았고, 수입물량을 조기에 도입하거나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대책으로 일관했다”면서 “그러나 물가인상의 주범인 통신비나 기타 생활물가는 정책적으로 건드리지 못하고, 농축산물만 후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소비자가 생활물품에 할애하는 비중을 나누는 가중치를 따져볼 때 휴대전화나 커피값이 더욱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8월에 발표한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한달간 신선채소의 가중치(총지수=1000)는 14.9로 이 또한 26가지 채소품목으로 나눠야 하는 수치이다. 이를 포함한 농산물 가중치는 41.9, 축산물은 24.1 등이다.

 하지만 휴대폰 비용인 통신에 대한 가중치는 54.8 규모로 농산물이나 축산물보다 높다. 그만큼 생활물가로 소비자의 부담이 크다는 의미인 것이다. 커피는 3.0, 과자·빙과류는 10.7, 외식 등으로 인한 가중치는 129.4에 달한다.

분기당 계산해서 배추값이 50% 뛸 때 소비지출이 1천650원 상승하는 반면, 휴대전화료가 10% 오르면 1만533원 추가 부담분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커피 또한 채소 단일품목인 상추 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담이 큰 품목이다.  

때문에 형평성있는 물가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농업계의 주장이다. 전농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언론은 농축산물을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몰아 결과적으로 ‘가격 후려치기’ 정책이 실현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옷값이나 휴대폰비용, 하다못해 과자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나 언급이 왜 없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문재인정부는 이미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생활물가부문에서 가격불안 품목 수급안정을 논하면서 수입농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연장과 비축물량 방출 등의 대책을 공고한 적이 있다”면서 “이러한 행정편의적인 수급대책보다 근본적인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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