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농림축산식품부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 정부가 ‘말바꾸기’를 했다는 야당의 거센 공세가 펼쳐졌다. 외래 붉은불개미와 살충제 계란 파동 등 농림축산식품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또 내년도 농업 예산이 사실상 ‘뒷걸음질’ 쳤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 주요내용을 정리한다.

한미FTA 재협상 농업분야 피해 없어야

▲ 김영록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의 무리한 요구가 관철될 경우 농업 분야의 막대한 피해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야당은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 직후부터 한미 FTA 개정협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조목조목 짚으며 여권이 ‘말 바꾸기’를 했다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 때는 양국간 조율되지 않은 한미 FTA 의제를 테이블에 올리기 껄끄러웠을 것”이라며 “이면으로 돌려 합의했는데 오래 가지 못하고 45일 만에 하나하나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성찬 의원은 “정부가 한미FTA를 개정 안 하겠다는 어조로 계속 얘기하며 국민을 속여왔다는 부분과 개정협상으로 우리 농어촌에 불리한 영향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개정 협상 과정에서 농식품부와 해수부가 통상교섭본부에 의해 ‘패싱’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지난 8월 22일 열린 1차 특별회기에서 미국은 최대 15년 이상에 걸쳐 철폐하기로 한 한국의 농수축산 분야 관세를 당장 없애달라고 요구했다고 미국 통상전문지(인사이드 US 트레이드)가 보도했다”며 “이러한 요구가 있었다면 통상본부는 농식품부 및 해수부와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영록 장관은 “농업부문만 놓고 보면 대미 무역적자가 심각하고 피해가 누적돼 있다”며 “어떤 요구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피해 상황을 미국 측에 인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형편없는 농업예산 질타

▲ 이완영 의원이 한우 선물세트를 들고 김영란법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년도 0.03% 상승하는 농정 예산 증액 규모도 도마에 올랐다. 내년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7.1%)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농식품부 예산이 사실상 상승분이 마이너스라는 것이다.

홍문표 의원은 “농식품부 내년 예산은 0.03% 증액됐다”면서 “최소한 5.5% 증액이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들이 해결되는데 입으로 일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태흠 의원은 “정부가 제시한 농정 3대 과제에 투입되는 예산 비중이 너무 미미하다”며 “우리 농정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지엽적인 부분만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한국 농정기에 암흑기가 왔다고 규정한다”면서 “내년 정부 예산안에 농업 예산이 53억원 증가해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줄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대통령이 농업을 챙기겠다고 했고 장관도 청문회 당시 농업예산이 대폭 늘어나지 않으면 안된다고 얘기했었다”면서 “문 대통령과 김 장관이 백남기 농민의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해법없는 쌀값…추가매입 한목소리

올해 정부 매입물량인 72만톤의 쌀 수매로도 목표가격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35만톤 격리 시점부터 가격 상승폭이 대폭 커지고 특히 평년단수(522kg/10a)를 기준으로 산정했을 경우 50만톤 규모를 시장 격리해야 15만원대 수확기 쌀 가격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쌀 목표가격은 이미 달성이 어렵다고 예측되고 있는 만큼 추가 매입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김종회 의원은 정부의 쌀 매입량을 최소 100만톤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쌀을 37만톤만 매입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목표가격 18만8000원의 85%인 15만9800원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정부의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풍작이 예상되는 올해산 쌀 출하가 본격 시작되면 최근 소폭 상승한 쌀값이 다시 폭락할 것”이라면서 “연간 24만톤의 소비감소를 감안하면 전년 대비 3만톤 추가 격리는 효과가 없어 85만톤 이상 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업인 외면받는 농업인안전재해보험

농산업 재해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농업인들의 안전재해보험 가입률은 절반에 그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개호 의원은 “농업인 안전보험 가입률이 47.7%에 불과한 이유가 낮은 보장성에 있다”면서 “농업인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보장내용 강화와 공적 사회보험인 ‘농업인 산업재해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체 산업 평균(0.5%)의 2배에 이르는 농업인 재해가 매년 줄어들지 않고, 실제 최근 3년간 농업인 재해가 8만8509건이나 되고 사망자도 3611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행 농업인 안전보험은 보장내용이 크게 부족한데다 민간운용의 임의가입 형태라 농업인들이 실질적인 보험혜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입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같은당 김철민 의원 “지금의 농업인재해보험의 낮은 가입률은 보험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농식품부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농업인들의 안전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농업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겠느냐”며 “농업인 재해보험은 민간보험이라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농민들을 위한 정책보험인 만큼, 농업 재해를 충실하게 보장 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붉은 불개미 방역…검역관 태부족

외래 붉은불개미 유입과 관련 허술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지난 7월 8일 일본에서 불개미가 발견된 열흘 뒤 주한일본대사관이 위험을 경고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농식품부는 7월 21일에야 검역본부에 검역강화를 지시했다”고 질타했다.

황주홍 의원은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가 항만 밖을 벗어나게 되면 관리병해충으로 등록되지 않아 불개미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 등을 할 수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행 규정상 외래생물 관련 항만 내에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관리하고 항만외에서는 환경부에서 관리하나 ‘생태계교란생물 및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붉은 불개미는 방제에서 제외된다는 것. 
또한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공·항만 수입 검역 해외병해충 거출 건수는 무려 6만9445건에 달하지만 식물검역관은 태부족으로 인력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검역 수요는 증가했지만 인력 충원이 부족해 검역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해외병해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병해충 예찰·방제·역학조사 기능 강화, 국경검역 인력보강, 고위험 수입식물 위험평가·병해충 진단·연구기능 강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감 이모저모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국감에서 “2013년 이후 농식품부의 107개 국고보조금 사업 중 79개 사업, 전체 사업의 약 75%에서 부정 수급이 적발돼 사업 종류를 가리지 않고 부정수급이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농식품부는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강도 높은 현장 점검과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농식품부를 비롯한 정부의 가축전염병 예방 및 방역실패로 인해 국비와 지방비로 보상금과 긴급방역관리비, 살처분지 조성 등으로 수조 원대의 소중한 혈세가 사실상 낭비되고 있다”며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인해 사실상 낭비되는 국가재정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축사시설현대화, 백신 개발 등 가축전염병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고 촉구했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축산계열화 갑질 관련 의혹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육계 농가의 사육실적을 평가하는 방식을 ‘상대평가’로 바꾼 것은 사육 생산성 향상 생산원가 절감 등을 목표로 해서 바꾼 것”이라면서 “농가 입장을 고려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하림의 사육 농가와 계약 관계상 불평등하다는 사례가 나온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며 “그간 하림 농가는 단 한곳도 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청탁금지법과 관련 현재까지 농업인들의 요구를 개선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식사는 기존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선물은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경조사비는 기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고 화환을 별도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살충제 계란’ 파문과 관련해 “친환경 인증제도를 개편하고 사육환경을 동물복지형으로 전환하는 개선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