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여 계란농가, 식약처 상대 집회 강행

‘식량주권 앗아가는 산란일자표기 즉각 철회하라!’,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를 농식품부로 이관하라!’….

전국 3천여 계란 생산농가와 유통인들이 지난 2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집결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막무가내식으로 추진하는 ‘산란일자표기 법제화’를 막아내기 위해서다.

집회에는 문정진 축산단체협의회장,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강종성 한국계란유통협회장, 박상연 한국육계협회 부회장 등 축산관련 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해 양계협회에 힘을 실었다.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전 세계 어디를 찾아봐도 의무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법을 유독 우리나라 식약처는 목숨을 걸고 시행코자 하는데 도대체 그 저의를 알 수가 없다”면서 “사회적 합의 없이 시행하려는 산란일자 표기 법제화는 최악의 악법으로, 섣불리 마련된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에게는 안전상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나아가 식량주권마저 잃게 되는 뼈아픈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진 회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농가들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산란일자표기를 결사 반대하고 있음에도 식약처가 아랑곳 하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면서 “축단협은 양계산업을 말살할 수 있는 산란일자표기 법제화를 양계농가들과 함께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계란산업은 ‘살충제’ 파동으로 홍역을 치뤘다. 살충제 계란이 부각되면서 그야말로 양계산업은 쑥대밭이 됐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살충제 파동은 농가들이 잘못이 아니다. 그동안 약제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관리, 농가교육 한번 없던 정부는 책임회피에 급급해 횡설수설하는 동안 수습은커녕 화를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의 이 같은 한심한 대처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농가들의 몫이 됐다. 막대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는 농가들에게 정부는 위로는커녕 현실을 외면한 ‘엉터리 정책’을 내놓아 농가들의 목을 더욱 단단히 죄었다.

양계산업을 말살할 수 있는 ‘산란일자 표기 법제화’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식약처가 자의적 해석으로 잔류물질 검사항목수를 임의대로 확대한 것이다. 계란과 닭고기의 잔류물질 허용기준치도 모순투성이다. 각종 채소는 차치하더라도 같은 축산물 중에서도 계란과 닭고기의 기준치는 월등히 높게 책정돼 있어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농가들의 정서를 도무지 공감하지 못하고 ‘헛발질’을 일삼는 식약처의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를 농식품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집회 참석한 농가들은 “계란농장별로 수천 수에서 많게는 백만 수 이상의 사육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산란 시간대와 수거일자가 일치하지 않아 산란 일자를 정확하게 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결국 소비자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산란 일자를 표기하는 정확한 기준과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할 경우 상당수의 농가는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가들은 또 “산란일자표기 법제화가 시행될 경우 계란 유통기한이 짧아져 폐기해야 할 물량이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고 농가들이 떠안아야 할 경제적 손실이 막대해진다”면서 “다양한 부작용으로 인해 전세계 어느 국가들도 시행하지 않은 산란일자표기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양계농가들의 거센 함성 탓인지 식약처는 ‘산란일자표기법제화’를 잠시 보류하고 농가, 소비자, 유통인 등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원점에서 ‘산란일자표기’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홍재 회장은 “식약처가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산란일자표기 법제화가 즉각 중단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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