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마늘 당근 도라지 콩나물까지 수입… 농협 존재 ‘흔들’

국내산 농산물을 지키는 ‘마지막 울타리’인 하나로마트 등 농협공판장이 수입산에 점령당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농협공판장을 통해 유통된 수입농산물이 1조1천9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래 농협중앙회는 조합원인 농민 보호차원에서 수입농산물 수입금지를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는 터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농협공판장 수입농산물 취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5년간 농협공판장을 통해 취급된 수입농산물은 총 60만5천288톤, 1조1천9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로는 2013년 11만4천770톤, 2014년 11만2천767톤, 2015년 12만8천504톤, 2016년 13만8천441톤으로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로는 과일류의 경우 오렌지와 바나나를 필두로 포도, 파인애플, 키위, 체리, 레몬, 석류, 망고, 자몽 등이고, 채소류는 마늘, 호박, 당근, 표고버섯, 견고추, 도라지, 고사리, 콩나물, 브로콜리 등이다. 문제는 국내산과 같은 품목의 농산물이 버젓이 농협공판장 판매대에 오른다는 것. 실제 5년간 포도는 1천42억어치, 당근 445억원, 호박 325억원, 마늘 307억원 규모의 수입 농산물이 농협을 통해 판매됐다.
농협공판장에서의 수입산 판매 비중은 2013년 5.6%에서 2016년 7.3%로 매년 유통규모가 커지고 있는 중이다.

박완주 의원은 “이같은 결과자료는 화훼류를 제외한 것”이라며 “농협공판장의 수입산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우리 농산물 판매가 감소한다는 것인데, 조합의 목적에 반하는 이같은 문제는 철저한 비판과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이 농협공판장에 수입산을 취급하고 있음에도, 당사자인 농협중앙회는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최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전국의 82개소에 달하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수입농산물 판매 현장단속 및 지도에도 불구하고, 수입농산물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황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입산을 취급해 적발된 하나로마트는 경기 40개소, 강원 19, 충남 1, 경북 12, 서울 2, 인천 2, 광주 6 등이다.

농협중앙회는 ‘수입 농산물 판매금지 기준’에 따라 전체 농협 판매장을 대상으로 수입 농산물을 일체 판매금지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최근 3년간 수입 농산물 판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황 의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전농 관계자는 “농협은 우리 농산물 홍보와 판매에 전력을 다해도 부족할 판에 수입농산물 판매에 경쟁적으로 가세하고 있다”면서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는 농협 정신과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고, 이를 중단하지 못하면 수입농산물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이 수입산 판매를 멈추지 않는다면 끊임없는 현장 투쟁과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는 활동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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