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농축산업계 간담회서 여전한 입장차이 확인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율은 품목 수 기준 97.9%로 이미 체결한 FTA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미FTA 개정협상 관련, 정부가 ‘농업분야 레드라인’ 등의 약속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한미FTA 이행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때문에 한미FTA를 폐기하던지, 만약 협상에 오르더라도 농업분야 대표적인 불평등조약에 대한 개선조치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는 농업계 주장이 거세다.

지난달 2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한미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는, ‘농업분야를 제외하던지 FTA를 폐기하라’는 농업계의 일관된 주장에, ‘농축산분야 추가 시장개방은 없다는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겠다’고 농업분야를 달래는 입장의 정부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렸던 공청회가 농축관련 단체들의 저지로 무산되면서, 농업분야와 별도의 의견교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산업부의 약속으로 이뤄졌다.

이날 ‘한미FTA 농업부문 영향 및 시사점’이란 주제발표에 나선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모형정책지원실장은 “한미FTA 발효 이후 쌀을 제외한 대부분 농축산물 시장이 미국에 개방됐다”면서 “이로인해 무역수지는 악화됐으며, 더욱이 이행기간이 계속 지남에 따라 국내 농업에 미치는 악영향은 다른 15건의 FTA 영향까지 누적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이 발표한 농경연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5년간(2012~2016년) 대미 무역수지 적자는 발효전 5년(2007~2011년)에 비해 7억5천만달러 늘었다. 신선농산물과 축산물을 중심으로 수입은 9억4천만달러 증가했고, 수출은 가공식품 위주로 1억9천만달러 커진 것이다.
특히 한미FTA 협정은 미국산 농산물 관세철폐율이 품목 수 기준 97.9%로, 우리나라가 체결하고 있는 FTA중 가장 높은 수준이란 지적이다.

이로인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농축산물 시장의 수입산 점유율이 증가하고, 국내산 가격하락을 유도했으며 생산과 자급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한 실장은 분석했다. 실례로 한미FTA로 가장 타격이 큰 분야인 축산물과 과일·채소의 무역규모를 FTA 발효 5년 전후 비교하면 쇠고기 수입액은 124.5%, 돼지고기는42.7% 증가했다. 과일중 레몬은 265.7%, 체리 226.3% 증가했고, 포도와 자몽의 수입증가가 뒤를 이었다.
이후 토론에 나선 농민단체 대표들은 개정협상을 앞둔 우리 정부의 대응책을 묻거나, 농업계 입장을 충분히 협상 목소리에 담을 것을 요구했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18만 한우농가가 8만으로 줄었다. 현재 24% 관세가 남아있는데도 이런 상황인데, 관세가 모두 철폐될 경우 피해를 예측할 수없다”면서 한미FTA 폐기를 주장했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애초 미국에 한미FTA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공동 분석을 제시했다가 개정협상으로 돌변했다”며 정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농연은 의견서를 통해 “농업분야가 협상 대상에 포함될 경우 대표적 불평등 조약인 쇠고기, 돼지고기, 낙농유제품 등에 적용되는 농산물세이프가드 발동기준 개선을 요구함과 동시에, 무관세쿼터 배정 등 부당한 조건을 삭제토록 촉구해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업분야는 미국이 오히려 한국으로부터 막대한 무역흑자를 누린 분야란 걸 적극 주장해서 협상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는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미국 또한 다른 분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술적 방편으로 농업분야의 개방요구를 하는 모양새를 추할 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했다.

좌장을 맡은 고려대 한두봉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쌀, 식용 대두, 식용감자, 분유, 천연꿀 등 현재 관세가 유지되는 품목에 대한 추가 개방요구에, 분유와 같이 EU, 호주 등과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에 대한 개방 압박이 가해져 올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측 대표로 나온 김경규 기획조정실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는 추가개방 불가라는 확고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미국측이 농업분야 추가 개방을 요구해 온다면 우리도 불합리한 부분을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12월1일 오전 9시30분에 서울 코엑스 E홀에서 한미FTA 개정 협상 관련, 두번째 공청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 또한 농민단체들의 협상저지 시위와 기자회견이 예상된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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