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농업에 귀중한 ‘자원’”

가축분뇨가 최고의 거름이던 시절이 있었다. 가축분뇨가 땅으로 돌아가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그 땅 위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자연순환농법이 자연스럽게 행해졌다. 그만큼 가축분뇨가 농사의 귀한 자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가축분뇨가 환경오염원으로 낙인찍히며 처치 곤란한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사)친환경자연순환농업협회 박강순 회장은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자연순환농법의 핵심인 가축분뇨가 우리 농업에 있어 ‘귀중한 자원’임이 자명한데, 최근에는 이러한 사실은 배제된 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만 내몰리고 있어 안타깝다”며 “가축분뇨를 이용해 생산된 퇴비와 가축분뇨발효액 등이 농경지에 좋은 유기질 공급원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축분뇨발효액, 양질의 친환경 비료로 각광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관행농법은 환경을 오염시킬 뿐더러 토양의 힘을 잃게 한다. 지력이 상실되니 또 다른 농약과 화학비료를 쏟아 붇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반면, 가축분뇨를 활용한 자연순환농업은 충분히 생산적이며 환경 친화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박 회장은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액비라고 부르는 ‘가축분뇨발효액’은 사용을 신청한 농가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지력 상승과 작물생장 등에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가축분뇨자원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가축분뇨발효액을 생산ㆍ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이때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이 조사료 생산농가였다. 시범적으로 조사료 재배지에 가축분뇨발효액을 살포했는데 관행재배보다 수확량이 2~3배 이상 늘어난 것. 이후 수도작 농가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가축분뇨발효액을 살포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발효된 가축분뇨발효액은 질소성분은 줄어들고 미량원소 등 좋은 성분들은 다량 함유돼 있어 양질의 비료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며 “이에 화학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생산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원예작물 재배지 염류집적 문제 해결

박 회장은 또 “다년간 가축분뇨발효액을 농지에 살포하며 농가로부터 듣는 의견은 관행농법보다 ha당 평균 100~150만원정도 이득이 생긴다는 것”이라면서 “공동자원화사업이 도입된 후 10년 가까이 많은 농가에서 꾸준히 가축분뇨발효액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은 가축분뇨발효액을 여기저기서 찾고 있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결코 아니다. 과거 제대로 발효되지 않은 분뇨가 경종농가에 살포돼 냄새와 질소과다 문제를 일으켜 가축분뇨발효액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

박 회장은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분뇨는 악취가 심하고 효과도 거의 없지만, 미생물에 의해 충분히 발효과정을 거쳐 생산된 가축분뇨발효액은 냄새도 없고 효과도 탁월하다”면서 “또한 가축분뇨처리기술의 발달과 현장 시설의 노하우 축적, 그리고 비료생산업 등록 등 기술과 제도 개선으로 가축분뇨발효액의 품질도 과거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품질개선으로 작물의 적용범위도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고 박 회장은 덧붙였다. 특히 재배의 특성상 원예작물은 제한되고 밀폐된 공간에 비료를 집중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토양 염류집적이 큰 문제 중 하나인데, 가축분뇨발효액이 이러한 원예작물 재배지의 토양개선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 앞으로 원예농가에 필수 농자재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 회장은 “가축분뇨발효액을 농지에 살포하면 미생물에 의해 토양구조가 개선돼 작물재배의 이상적인 흙인 ‘떼알구조’가 형성된다”며 “관행농법을 계속하면 땅이 단단해지는 반면 가축분뇨발효액을 살포하면 트랙터 바퀴가 깊이 들어갈 정도로 토양이 개량된다”고 전했다.

 “유기농자재 허용물질 지정 시급”

가축분뇨발효액이 과거에 비해 품질과 안전성 등에서 발전하며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히 남아있다.

박 회장은 “농식품부와 환경부에서 가축분뇨 자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원화시설에서 생산된 가축분뇨발효액의 활용 대책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가축분뇨를 양질의 비료공급원으로 ‘이용’하는 고민보다는, 폐기물로 접근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만 이뤄지고 있어, 정책이 대부분 ‘처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과 정책들이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박 회장은 가축분뇨발효액의 품질개선과 이용확대를 위해 유기농자재 허용물질로 지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축분뇨 퇴비는 유기농업에 사용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지만 액비의 경우에는 누락돼 있어 허용물질로 지정이 시급하다는 것.

박 회장은 “가축분뇨 자원화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반면에 많은 제약으로 인해 대중화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 협회에서는 가축분뇨발효액의 효능에 대해 과학적인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농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물론, 품질도 더욱 고도화시켜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성장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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