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농업계, “한미FTA 경제타당성 조사없는 불공정 협상” 지적

한미FTA개정을 위한 국내절차가 사실상 18일 국회보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번의 공청회가 무산되고 2차 공청회까지 요식행위라는 지탄속에 치러졌지만, FTA 개정작업을 위한 정부의 국내 인준절차는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다. 농업부문은 어떠한 위협에도 양보내지 추가개방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약속은, 기울어버린 협상테이블을 볼때 이미 신뢰수준이 바닥이란 여론이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농업계가 왜 한미FTA를 폐기해야 하는지에 대해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다음은 농업계 관련 토론자들의 발언요지를 정리한다.


한미FTA는 폐기해야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한미FTA가 발효되고 5년간 18만이던 한우농가가 8만으로 줄었다. 쇠고기 수입량은 8년만에 287.4%까지 급증했다. 지키라고 해도 더 이상 지킬게 없는 현실이다. 정부는 이때 피해농가에 대해 FTA피해보전직불금이라고 한우 마리당 1만3천545원씩 배당했다. 비현실적이고 우롱하는 처사다. 한미FTA 대책이라며 내논 ASG(세이프가드)는 2016년 기준 29만4천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쇠고기 소비량 58만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16년 기준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5만3천톤으로 세이프가드 발동기준에 턱없이 모자란다. 전부 망해야 세이프가드가 발동한다는 얘기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완대책 및 예산 투입에도 불구, 농가는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없다. 무역이득공유제가 상생기금으로 변경해 연 1천억원을 조성한다고 했으나, 현재 50억원가량만 조성돼 상생기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보전직불금 또한 비현실적인 수입기여도 적용으로 여야정 협의가 미뤄진 상태다.
결론은 한미FTA협상은 폐기해야 한다. 쇠고기 관세는 40%로 환원해야 한다. 굳이 한미FTA 재협상을 하겠다면 현수준인 25% 관세를 동결하고 관세 철폐기간을 20년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도 현 30개월령을 20개월령 미만으로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평등한 통상관계를 재정립해야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한미FTA라는 지렛대를 활용해서 미국은 다양한 통상압력과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번에 개정협상은 시작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통상주권을 바로 세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한미FTA 특별회기 1차 회의에서 한국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평가분석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석달도 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입장을 번복했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고 2차 회의에서 개정협상을 선언한 것이다.

이렇듯 한미FTA 개정협상 과정을 중단해야 한다. 통상주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 첫단추는 개정협상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중단하고 한미FTA폐기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FTA에 대한 무조건적 신봉문화를 청산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FTA폐기 위협에 맥을 못추는 태도를 바꾸지 못하면 농산물 추가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미국의 협박에 무너질 것이다. 개정협상에 대한 국내절차가 급한 것이 아니라 한미FTA 폐기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통상교섭본부장을 교체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미국의 일방적 통상압력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며, 통상주권을 분명히 행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인 것이다.


한미FTA5년차 정밀분석 우선돼야

백일 울산과학대학교 유통경영과교수

트럼프정부의 한미FTA 폐기 운운은 엄포성 협상전략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FTA 전면 재협상 수준보다는 부분 조정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한국은 FTA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대미 수출 상위 품목중 FTA 관련 품목으로는 그나마 자동차가 유력하나 자동차 부문이 집중관리대상 품목으로 포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농산물중 쌀은 양허 제외됐으나, WTO 의무수입물량(TRQ) 때문에 2015년 완전개방이 시행됐다. 쇠고기, 돼지고기, 과일류 등 한미FTA 15년차가 되면 농산물 양허 관세해지율은 87.5%로 사실상 대부분 자유화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력 품목에서 한국측은 추가협상을 받고 양보하면서까지 한미FTA를 존속시킬 경제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면 재협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정은 불필요하다. 설령 그렇게 전개되더라도 그를 수용하거나 동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남은 과제는 FTA 재협상에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차라리 FTA역외분야, 즉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미국 통상법 흐름에 대한 대응 시스템 구축, 한미 FTA 부분 개정 가능성과 대상 품목 선정 및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실속형 대응 전략 마련 쪽으로 역량을 기울이는 편이 권장된다.

 즉 한국측 무역대책 실속은 첫째 ‘한미FTA 폐기도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기본 대응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세탁기 철강과 같은 미국 통상법 확대, FTA 범주밖에 비관세장벽 강화를 경계하고 이를 한국측 중점 협상주제로 소환하는 구체적인 협상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FTA 개편전략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한미FTA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FTA 정책 모순이 집약돼 있다. 이제 통상 공무원조차 한미FTA가 수출을 늘린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차와 철강의 수출 증가가 한미FTA와 관계가 없으며, 한미FTA가 얼마나 미국에게 유익한 것인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려고 애를 쓴다.

한미FTA에 대한 추진목표와 원칙 등이 재정립돼야 한다. 수출기업의 경쟁력 못지 않게 고용창출, 임금인상 등을 통한 서민의 삶의 질 향상과 환경보호와 노동권 보장이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에 쫓기듯이 하는 개정협상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와 목표에 의해, 우리의 절차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개정 협상을 해야 한다.

쇠고기 세이프가드 등 WTO에서의 최소한의 농업보호장치를 FTA에서 포기한 만큼 농업분야 FTA대책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전면적 평가를 해야 한다. 만약 대책으로서의 효과가 없었다면 FTA 농업개방 정책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대신 FTA 대책으로서 효과가 있었다면 그 근거를 국민과 농민에게 제시하고 지속적인 농업예산 지원을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국민들은 농업분야 투입예산의 효용성을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다.


낙농품, TRQ 조정 및 세이프가드에 포함해야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산 유제품은 2010년 49,380톤에서 2015년 92,238톤으로 86.8%가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21.5%에서 26.7%로 15.2P 증가하는 등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치즈의 경우 발효 전 12,901톤 수준이던 것이 발효 후 54,821톤으로 324% 증가했다. 유제품 총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치즈, 분유 등 소비증가의 대부분이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는 실정이다.

분유의 경우, 대체품목인 혼합분유의 저율관세(36%)가 철폐되었기 때문에 TRQ 제도의 목적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분유에 대한 TRQ가 기간제한 없이 복리로 증량됨에 따라 사실상 관세철폐의 효과와 다를 바 없다. 무관세 TRQ 배정을 ‘국내산 구매조건’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미FTA 협정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농산물세이프가드 적용대상에 제외된 낙농품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분유 TRQ 복리증량의 기간설정 및 1차 세율 적용이 필요하다. 한EU FTA의 경우 분유 TRQ 1,000톤의 복리증량기간을 15년으로 고정돼 있고, 일본은 TPP, 호주, EU와의 ERA에서 낙농품에 대해 TRQ의 증량기간을 설정함과 아울러 무관세가 아닌 1차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한미FTA 보완대책 성과평가ㆍ보완해야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올해는 한미FTA 국내보완 대책이 시행된 지 10년째이며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한미FTA 국내 보완대책이 종료되는 것을 고려해 농림투융자계획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및 재협상과 더불어 2차 국내 보완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에 따른 국내 농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농림재정투융자의 효율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농산물은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은 관세개방 또는 TRQ 확대 등으로 시장개방을 한 상태다. 그러나 쌀, 식용대두, 식용감자, 분유, 천연꿀, 오렌지 등 현행 관세와 계절관세, 세이프가드를 유지한 품목들에 TRQ의 대폭 확대나 관세의 폐지 등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예상된다.

미국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쌀도 점진적인 관세철폐나 미국산 쌀의 수입 쿼터의 증량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가장 민감한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했음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행 관세를 유지하고 TRQ를 제공한 품목들 중 특히 분유와 같이 미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EU, 호주, 뉴질랜드 등과 경합을 해야 하는 품목에 대한 추가 개방요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 품목에 대해 추가개방에 따른 영향 분석과 단계적 개방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정협상서 농업은 완전 제외해야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

미국이 ‘예외 없는 관세철폐’와 ‘비관세 장벽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TPP와 유사한 수준의 완전 개방을 강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혹여 미국이 농산물 관세 철폐 및 비관세 장벽 완화 카드로 농업 부문을 압박하면서, 제조업ㆍ서비스업의 추가 개방을 압박하는 파상공제로 나올 경우, 통상교섭본부가 각개격파를 당하면서 일방적으로 협상에 끌려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측의 파상공세가 강화될 경우 자칫 이전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강요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FTA 개정협상시 관세 즉각 철폐, 쌀을 포함한 농축산물에 대한 저율관세ㆍ무관세 쿼터 확대, 동ㆍ식물 검사ㆍ검역 절차 완화 등 미국측의 부당한 시장 추가 개방 요구가 제기될 경우, 통상당국과 농식품부 등이 한미FTA 협정 자체의 폐기 카드까지 거론하면서 강력히 대처해야 함은 물론, 한미FTA 협상 결과 대표적인 피해 산업이었던 농업 분야는 이번 개정협상의 대상에서 완전 제외해야 한다.

만약 미국의 압력으로 농업 분야가 협상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라도, 우리나라 농업 부문의 일방적인 피해를 초래해 온 대표적인 불평등 조항인 쇠고기, 돼지고기, 낙농품 등에 적용되는 농산물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의 개선은 물론, 무관세쿼터 배정 등의 부당한 조건을 삭제하는 등의 실질적인 개선 조치를 강력히 요구해 관철시켜야 하며, 이를 통해 2016년 일본의 TPP 협상 결과 수준만큼이라도 양국간 이익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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