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2000~2017년 AI·구제역 방역 ‘미흡’ 지적 개선 요구

가축전염병 방역시스템의 초동대응부터 소독, 매몰관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축전염병 예방 및 방역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7일 공개하고, 농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적발된 문제점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 조치하거나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9차례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1조1천억원, 9차례의 구제역 발생에 3조3천억원 등 총 4조4천억원의 정부재정이 투입된 것이 근본적인 방역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보고 감사를 벌였고, 농림축산식품부 및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총 1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


▲초동대응 잘못
= 감사원은 먼저 농식품부가 지난해 11월 23일 고병원성 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음에도 위기경보를‘ 심각’이 아닌 ‘경계’로 발령해 초동대응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최초로 발생한 이후 급격히 확산돼 한 달여 뒤인 12월 27일에는 300개 농장으로 번졌다. 올해 1월 잠시 진정됐다가 2월 8일 다른 유형의 AI가 발생해 4월 4일 기준으로 AI 발생 농가는 383개까지 늘었다.

감사원은 당시 상황이 ‘여러 지역 발생 및 전국 확산 우려’라는 ‘심각’ 단계 수준인데도 농식품부가 ‘경계’ 단계로 발령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6일 AI가 125개 농장으로 확산했음에도 경보를 ‘경계’로 유지하는 결정을 했고, 같은 달 15일 222개 농장으로 퍼지고 나서야 ‘심각’으로 격상했다.
감사원은 “그 결과 조기에 차단방역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해 가금류 3천802만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3천688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등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일시이동중지’ 지연 등 방역 공백 발생 = 감사원은 농식품부가 2015년 8월 일시이동중지에 대한 시간대별 구체적 행동요령을 마련하겠다는 개선방안을 수립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AI 최초 발생 후 신속히 실시돼야 할 일시이동중지 조치가 지연되는 등 방역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독·시설 관리 부실 = 감사원은 소독 관련 문제와 매몰지 침출수 관리 문제도 적발했다.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거점소독시설에서 사용한 소독약이 외부로 흘러가지 않도록 현장에 저류조를 설치하거나 둔덕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전국 66개 시설이 저류조 등 소독약이 외부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시설을 구비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2개 거점소독시설은 대인 소독기 시설을 구비하지 않았고, 5개 거점소독시설은 U자형 소독시설을 2개 설치해야 하는데도 1개만 설치했다.

또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표준시험조건(온도 4도, 접촉시간 30분)에서 허가받은 소독제이기만 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겨울철에도 사용토록 하는 문제점도 밝혀냈다.

겨울철 방역현장과 유사한 조건(온도 영하 5도, 접촉시간 1분)에서 산성제와 알데하이드계 소독제는 효력 미달로 겨울철 방역 효과 저하 우려가 있다. 그런데 282개 거점소독시설 중 150개가 산성제와 알데하이드계열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매몰지 침출수 유출 문제 발생 =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2월에 농식품부에 “생석회를 소독제로 사용하면 발열반응으로 차수막이 훼손돼 사체의 침출수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통보했지만 농식품부는 생석회를 매몰지 소독제로 계속 사용토록 하면서 비닐두께는 0.2㎜ 이상으로 하고 부직포를 추가하도록 한 뒤 검증절차를 생략했다.

이밖에 농식품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지자체가 살처분 매몰 후보지를 선정·관리하도록 해야 하는데 감사 결과 44개 시·군은 후보지를 선정하지 않고 있고, 14개 시·군은 국유지 등을 사용승인 없이 후보지로 선정해 가축전염병 발생 시 매몰처리 지연이 우려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란계 ‘케이지’ 사육면적 잘못 산정
= 감사원은 농식품부가 2013년 케이지 사육시설의 사육면적 기준을 산란계 한 마리당 0.042㎡에서 0.05㎡ 강화하면서 산출기준을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케이지 사육시설은 케이지별로 각각 구분돼 있으므로 적정 사육두수를 케이지별로 산출해 합산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전체 케이지 면적을 합산해 적정 사육두수를 산출하는 바람에 산란계가 밀실 사육되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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