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불평등 협상·대책 부재 등 한미FTA 첫협상 ‘복사판’

한미FTA에 대한 반대 주장이나 대책 마련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개정협상 국내 비준 절차가 국회보고를 끝으로 마무리 단계에 놓였다. 농업계는 절차와 주체성을 상실한 협상이라며 폐기할 것을 강력 주장하는 한편, 국회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엄포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1, 2차 공청회를 통한 토론내용에 대해 18일 국회에 보고키로 결정했다.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시작으로 단계별 과정을 거친 국내절차를 마무리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부총리는 “한미FTA협상의 경우,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산업과 거시경제 전반을 고려, 균형된 결과가 나오도록 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초 ‘끌려가는’ 불평등 협상이란 지적과 함께, 현실적인 대책이 전혀없기 때문에 개정협상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농업계의 반발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1일 2차 공청회에서 정부가 농축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한편 협상에서도 ‘레드라인’을 확실하게 두겠다고 밝혔음에도, 농민단체 대표들은 ‘한미FTA 폐기’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통상교섭에 나선 통상전문가들이 세이프가드(ASG) 발동물량을 30만톤 넘게 만들어놨다”면서 “현재 미국산 쇠고기 15만톤으로도 한우농가 절반이상이 사라졌는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런 약속을 하고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세이프가드 발동물량 감축을 촉구했다.

울산과학대 유통경영학과 백일 교수는 “한미FTA는 15년차에 농산물 양허 관세해지율이 87.5%로 쌀을 제외하면 쇠고기 닭고기 감귤 등 사실상 대부분의 농산물이 자유화되는 협정”이라며 “개정협상이 진행된다면 FTA 역외분야, 즉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미국 통상법 흐름에 대한 대응 시스템 구축, 협상 대상 품목 선정 및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실속형 대응 전력 마련 쪽으로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은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농업분야 FTA 대책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전면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만약 효과가 없었다면 FTA 농업 개방 정책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개정협상의 시작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통상주권을 바로 세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농산물 추가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미국의 협박에 무너질 것이다. 한미FTA 폐기로 미국과 평등한 통상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단체의 연대조직인 ‘한미FTA폐기를 위한 농수축산대책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농업부문은 이미 수십개 국가와의 FTA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고, 이에 대한 평가분석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진정 국익을 위한다면 한미FTA 개정협상을 중단하고 폐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정부의 국회보고 절차에 대해서도 농업분야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전면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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