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워싱턴DC서 1차 돌입…내용·범위 미국 주도

한미FTA 1차 개정협상이 5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 미국은 자동차 비관세장벽 완화와 농축산물 추가개방 등에 대한 요구가 집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우리측은 얼마나 방어할 것이냐의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구랍 27일 협상 일정을 이같이 밝혔다. 우리측에서는 산업부 유명희 통상정책국장, 미측에서는 미 무역대표부(USTR) 마이클 비먼 대표보가 수석대표로 각각 10명 남짓 협상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차협상은 서울에서 개최하며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개정협상에서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처럼 협정문의 모든 챕터를 검토하는 전면개정이 아니라, 부분개정(스몰패키지)으로 제한된 범위의 개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무역협정을 전면개정하게 되면 자국절차법인 무역촉진법(TPA)에 따라 협상개시 90일전에 협상 개시의향을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을 놓고 미국은 목표 공개나 의회에 대한 개시의향을 통보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되면서 전면개정과 부분개정에 대한 구분이 불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양국이 자국의 이익을 어떻게 관철시킬지 전략전술을 펼치는 방향에 따라 모든 챕터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농업분야 협상과 관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은 현행 관세철폐·인하 등 추가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전력상 농산물 추가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하지만 농축수산물 추가개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농산물을 건드리면 역시 미국의 민감한 이슈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분명한 입장표명에도 불구 농업계는 좌불안석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개정협상 자체가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로 성사된데다, 동등한 견제와 논리로 맞설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농축산물 장기철폐품목의 기간단축을 핵심의제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6년이 되면 쇠고기와 쌀 관련 품목 16개를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의 관세가 사라지는 처지임에도, 미국의 압박에 폐지 기간마저 축소할 지경에 놓인 것이다.

통상전문가와 농업 관계자들은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후발주자로 회원가입할 때 요구했던 농업개방 조건과, NAFTA재협상에서 논의된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쇠고기를 비롯한 농축산물의 위생검역 완화, 쌀 등의 TRQ(저율할당관세물량) 확대, 유기가공식품 기준 완화, 원산지규정 완화 등이 압박 수단으로 거론될 수도 있다. 미국은 이같은 내용을 지난해 초 USTR의 ‘2017통상정책 어젠다’보고서를 통해 한미FTA 재협상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농경제업계의 한 통상전문가는 “한미FTA 발효후 미국의 상품수출은 줄어든 반면 한국과의 무역적자는 거의 3배나 증가했다는 미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별 대응을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자동차와 철강 등 제조업에 수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업을 개방하겠다면 또 속수무책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개정협상 자체가 우리 정부에게는 곤란한 환경조건을 이미 얹혀져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경영식 외교와 통상압박이 한미FTA 재협상의 원인이란 점에서, 미국이 만족하는 수준에서 협상이 결말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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