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고소한 팥장, 맛의 방주에 오르다

붉은 빛의 팥은 예부터 도깨비와 같은 귀신을 물리치는 신성한 곡식이었다. 대표적으로 지금도 동지날하면 팥죽, 고사에는 팥시루떡, 돌에는 수수팥떡 등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주발효식품 이경자(57) 대표는 팥된장, 팥고추장, 청국장, 장아찌 등을 만들고 있다.
이경자 대표의 고향은 충남 공주로 어릴 적에 자주 먹었다는 팥장의 맛이 생각나 팥장 재현에 나섰다.

“조선시대 후기 토지가 나라에 귀속되어 해마다 나라에서 직접 메주를 만들어 백성들에게 나눠 줬는데 어느 해 나라에 흉년이 들어 콩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며 “지금에야 장 말고도 먹을 것이 많지만 당시 만해도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장은 귀한 식재료였다. 그래서 임금님은 콩 대신 팥으로 메주를 쒀 백성들에게 나눠 주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팥장과 팥고추장 재현을 위해 색경, 규합총서, 조선요리제법,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다양한 조선시대 요리서를 보며 연구한 끝에 팥장 재현에 성공했다.

팥장은 ‘예팥’이라는 토종 팥을 이용해 담는다. ‘예팥’은 일반 팥에 비해 크기가 작아 농사를 짓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도 못 들어봤거나 보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녀는 구하기 어려운 ‘예팥’을 지역 농업인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 받고 있다.

“‘예팥’은 일반 팥과 같이 붉은색을 띄고 길고 뾰족하며 줄기가 덩굴을 이루고 있다. 수확은  한 번에 가능하다”라며 “여기에 탁월한 염증제거 효과가 있으며 해충 피해도 없는 약용작물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녀는 옛 문헌의 제조법에 따라 조선시대의 팥장을 다섯가지로 복원해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짜지 않고 냄새ㆍ맛 등이 자극적이지 않아야하고 △최상의 재료를 이용해 가격 또한 저렴한 전통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지금은 소비자 선호도 결과에 맞춘   팥장으로 소비자를 만족시켰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자칫 사라질 뻔했던 소중한 팥장을 재현해 ‘맛의 방주’에 등재시키면서 그 가치를 더욱 높였다.

“‘맛의 방주’는 전통 먹거리 종자를 보호하고 종 다양성을 지켜나가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찾아 목록을 만들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해 지역 농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우리나라 식품은 2013년 8월 처음 울릉도 칡소, 진주 앉은뱅이 밀, 연산 오계, 제주 푸른콩장이 등재된 후 장흥 돈차 청태전, 제주 흑우, 태안 자염 등이 등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남의 말을 무조건 믿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 듣는다’의 속담도 이젠 옛말이 된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는“앞으로도 토종종자를 이용한 전통식품 가공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며 “또한 달큰하고 단백한  맛이 특징인 팥장을 이용해 쌀 소비 촉진과 국민들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간편식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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