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보수적 농민층’ 끌어안기 총력

“기필코 농축산물 추가개방은 없을 것”이라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조업자와 농민, 농장주 등 미국인 수출업자들을 위해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는 미국 트럼프대통령.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한국과 미국의 농업분야에 대한 입장은 이렇게 서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전시태세로 돌입했다.

한편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레드라인’ 약속에도 농업계는 탐탁찮은 반응이다. 더 이상의 농산물 개방을 막겠다는 정부의 호언에도 불구, 배경조건부터 끌려가는 협상인데 과연 지켜낼 힘이 있겠느냐는 농민단체들의 불신이 높다.

아예 ‘FTA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5일 미국에서의 제1차 개정협상을 시작으로 한미FTA는 발효 7년차에 수술대에 올랐다. 농업부문에서는 미국이 어느 수준의 개방을 요구할 것이며,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얼마나 농업보호 의지를 피력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란 지적이다.

농산물 개방압력 할까?

미국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취임 1주년을 맞아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를 품고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은 지지층을 위한 부분개정이 될 것이고, 핵심 지지층인 ‘보수적 농민층’을 위해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을 불사할 것이란 관측이다.

더욱이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AFB(전미농장연합) 연례총회에 참석, “제조업자와 농민, 농장주 등 미국인 수출업자들을 위해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고 공정하고 호혜적일 수 있도록 모든 무역협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FTA 개정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내 논 이같은 발언을 분석해 보면, 농업분야에 대해서도 어떠한 형식으로든 개방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농업과 농촌 부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농촌에 광대역 인터넷, 전력, 교통 인프라 투자 등 농촌 경제 되살리기 사업에, 기술혁신 촉진사업, 온라인 포털 개설 등의 농촌 투자 촉진사업 등을 펼칠 계획이다. 여기에 FTA개정협상을 통한 농산물 해외 수출 확대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예견된다.

개방압력 수위는…

지난 8일 김현종 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1차개정협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막 시작한 협상이어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타결시점까지 장기전이 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또 “나쁜 협상 결과보다 결렬이 낫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뜻도 전하면서, “협상의 기본방향을 국익 근대화와 이익균형에 두고 농축산물과 같은 민감 분야에서 우리측 업체들의 이익을 적극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우리정부의 강경기조에도 미국의 ‘압박 카드’가 어느때 어느정도로 튀어나올지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상 자체가 미국이 바라는 부분개정으로 진행되고 있고,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와 비관세장벽 해소 등을 강하게 요구했던 이유로 열리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태양광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시행과 철강 수입 규제 등으로 협상 전부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고, 여기에 안보상황까지 연계시켜 우리정부의 협상의지를 무력화시킬 개연성도 충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차협상과 관련, 양측 정부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 주요 산업용품 분야에서 무역장벽 해소를 요구했고, 몇몇 산업별 이슈를 내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업분야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지만, 자동차·철강 등을 지렛대 삼아 쇠고기 수입기준 완화와 오렌지·체리 등 과일의 조기 관세인하 등을 이슈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추가 개방’이 논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농산물 분야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여지가 크다.

 미국은 특히 지난해 8월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때,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 기한을 앞당기라는 요구를 한 바 있다. 고추, 마늘, 양파 등 118개 품목의 경우 15년 이상 설정된 철폐기간을 줄여서, 조기에 완전개방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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