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급증 과수산업, 의무자조금이 흥망 열쇠

과수 의무자조금 도입이 코앞에 다가왔다. 임의자조금을 운용해오던 사과, 배, 감귤, 키위 품목단체가 2018년 의무자조금 시행을 의결했으며 포도, 복숭아, 단감도 조만간 의무자조금 도입을 확정할 듯하다. 기존 임의자조금에 대한 정부지원도 올해로 끝난다. 지난 10월말에는 농수산자조금법 개정안이 공포돼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여성농업인신문사, 과수농협연합회 공동기획으로 과수 의무자조금제도를 다룬다. 이번 호에서는 의무자조금 도입에 따라 대전환기를 맞이한 과수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사과 배 감귤 등 2018년 도입
② 농수산 자조금제도 톺아보기
③ 의무자조금과 과수산업의 미래.


과일수입 급증, 국산 점유율 감소

산물시장 개방은 국내농업에 심대한 타격을 가했다. 쌀, 축산물만큼이나 시장에 민감한 품목이 과일이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후 포도뿐 아니라 대체과일로 여파가 미쳤고 미국을 비롯한 농업강국과의 협정은 오렌지, 열대과일 등 과수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수산업 생산액은 2015년 3조6천869억 원이다. 재배면적은 과일시장 개방초기인 2005년에 견줘 10년간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생산성 향상 덕에 생산량은 늘었다. 변화는 ‘수입’이다. 전체과일 공급량에서 수입과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수입국가도 다변화했고 수입과종도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뿐 아니라 체리, 자몽, 아보카도 등 다양해졌다.

열 중 셋. 국내 과일 소비량의 28퍼센트가 수입과일이다. 과일 수입물량은 2010년 82만 톤에서 2015년 103만 톤으로 26퍼센트 늘었다. 수입금액으로는 같은 기간 9천451억 원에서 1조7천345억 원으로 84퍼센트, 거의 배에 가깝게 급증했다. 시장가격은 다르겠으나, 수입금액은 국내 과일 생산액 3조6천869억 원 대비 47퍼센트에 이른다.

수입과일의 시장점유율은 과수산업 위기론에 귀결한다. ‘인구절벽’에 다다른 우리나라에서 과일 소비량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규모는 한정됐다는 얘기다. 수입을 제한하거나 수출로 일정물량을 덜어내지 못한다면 국내 과일시장은 국산과 외국산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입과일의 급증은 국내 과수산업 위기의 본질이다.

단감은 시장개방의 최대 희생양으로 보인다. 수년째 가격하락이 이어지면서 회생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단감 생산량은 2011년 26만9천여 톤에서 2015년 25만9천 톤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같은 기간 10킬로그램 한 상자 도매가격은 3만73원에서 1만9천47원으로 급락했다.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역할론’ 부상

“의무자조금은 개별 농가에서 추진이 어려운 소비촉진 홍보, 수급조절, 가격안정, 수출시장 개척, 연구개발 등을 품목단체 주도로 추진하는 제도죠. 최대한 많은 농업인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의무자조금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자조금위원회도 제 구실을 다합니다.”

김기주 농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의 설명이다. 김 과장이 강조한 점은 ‘여럿이 함께’, 그리고 주인의식이다. 임의자조금과 뚜렷이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과수산업이 발전하려면 집단의 힘이 필요하며, 대다수가 그 집단에 적극 참여해야 단결력이 발휘한다는 말이다. 의무자조금 거출이 과수산업주체 역량강화의 단초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응철 충남대 자조금연구센터 부센터장의 강조점도 같다. 자조금은 이익집단이 공동의 이익증진을 위해 스스로 조달한 재원 또는 제도적 기금인 까닭에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정책의 성공을 담보한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가입이 아닌 경우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뿐더러 생산부터 유통단계까지 어떠한 자율규제책도 무의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업보조금 감축 추세도 의무자조금 도입의 필연성으로 작용한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 발효이후 유럽연합 등 회원국은 각종 보조금정책을 정비하고 있다. 일부를 허용보조로 전환하고 수출보조금 지원을 감축하는 등 ‘무역왜곡’ 보조금을 없애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도 수출보조 중단 등을 앞두고 보조가 허용되는 범위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보조는 직접지불제도나 의무자조금단체를 통한 지원 형태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의무자조금의 경우 품목단체의 거출금의 최대 100퍼센트까지 국고보조가 가능하다. 수급조절, 소비홍보, 수출시장 개척 등 정부가 직접 지원할 수 없는 영역을 이제 민간에 맡기고, 그 기능을 담당한 의무자조금단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의무자조금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농업선진국은 높은 생산자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무자조금위원회에 무역, 수출 등과 관련한 ‘배타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생산자간 과당경쟁문제를 해결하고 대외경쟁력을 높여갑니다. 위원회는 통합마케팅조직을 지정, 감독하고 해당품목에 대한 규제와 의사결정, 연구개발 등의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 것이죠.”

해외사례를 조사해온 김응철 부센터장은 뉴질랜드 키위위원회,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버섯유통위원회, 네덜란드 원예위원회 등 품목자조금기구를 축으로 한 관리위원회의 기능과 성공사례를 제시했다. 농업선진국은 대개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중심의 산업구조로 편재됐다고 덧붙였다. 위원회,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생산자단체, 농산물 유통을 독점하는 통합마케팅조직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농산업 의무자조금제도가 품목별로 속속 도입되는 상황에서 갖가지 문제가 도출될 것이다. 거출 방식과 금액 문제, 준조세 수준의 의무부과라는 반발, 정부의 역할과 책임선, 무엇보다 의무자조금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발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렇다고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당연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대로 걷기까지 과감하고 세심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까닭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