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 ‘꽃차’로 문 활짝 열다

인생 제2막을 꽃과 함께 하며 꽃길을 걷고 있는 여성농업인이 있다. 경상북도 영주시 ‘소백산 꽃차이야기’의 이연희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귀농 후 국화, 해바라기, 장미, 메리골드 아마란스, 맨드라미 등 식용 꽃을 직접 재배해 꽃차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또한 꽃을 주제로 체험 및 교육 등을 진행하며 6차산업화에 성공, 꽃길을 걷고 있다.

서울아지매, 농사에 도전하다

이 대표는 서울토박이다. 그런 그녀가 경북 영주에 내려온 것은 지난 2011년. 시부모님 부양을 위해 남편의 고향인 영주로 내려오면서다.
이 대표는 그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시부모님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자 했지만, 농촌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영주에 내려오면서 무턱대고 2천여평의 농지부터 샀어요. 처음엔 자급자족할 정도만 농사를 짓겠노라 생각했는데, 텃밭만 하기엔 농지가 너무 컸죠. 그래서 농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정말 아무 계획 없이 농사를 하겠다고 덤비니 주변에서 만류를 많이 했어요. 그래도 어떻게요? 이미 저질러졌는데. 이 악물고 농사에 뛰어들었습니다.”

농사에 ‘농’자도 몰랐던 그녀는 손쉽게 농사에 다가가기 위해 동네에서 농사를 잘 짓는다는 이웃집을 벤치마킹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농사는 하우스 수박이었다. 도시에서 하우스 수박을 꽤 비싼 값을 주고 사먹었기에, 하우스 수박을 생산해 판매하면 소득도 쏠쏠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은 빗나갔다. 하우스를 짓느라 수박을 늦게 심어 늦여름에 출하하다보니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남겨진 돈은 40여만원. 뒤이어 재배한 단호박도 소득이 변변치 않았다. 이후에도 다양한 작물을 시도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던 중 이 대표의 머릿속을 지나간 것이 바로 ‘꽃차’였다. 서울에 살 때부터 꽃차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꽃차를 만들어왔고, 귀농해서도 자투리 밭과 마당 곳곳에 식용 꽃을 심어 꽃차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팔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사업으로 이끌고 나가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취미가 직업이 되다

대표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취미로 꾸준히 꽃차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꽃차는 지인들에게 조금씩 판매하기도 했다.

고된 농사일에도 꽃차를 만들며 고단함을 잊던 이 대표는 영주시농업기술센터의 권유로 꽃차연구회를 결성해, 재능기부형태로 꽃차 교육을 진행하며 꽃차를 알리는 봉사를 했다.

“영주와 이 인근에는 꽃차를 하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주목을 받게 됐죠. 영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도 농촌여성들이 취미로, 또는 일감 갖기 사업으로 꽃차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나 봐요. 저에게 농촌여성을 대상으로 무료강의를 요청했고, 저도 흔쾌히 수락했죠. 그렇게 시작한 무료강의를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후 이 대표는 2015년 농촌여성가공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며 꽃차 가공장과 교육장을 마련, 본격적으로 꽃차 사업에 돌입했다.
식용 꽃 생산에서부터 꽃차를 만드는 기술이며, 교육까지 이미 해오고 있던 그녀였기에 사업을 시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생산, 가공, 체험ㆍ교육 진행…6차산업화 성공

렇게 이 대표의 ‘소백산 꽃차이야기’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소백산 꽃차이야기에서는 노란 국화 꽃차를 비롯해 메리골드 꽃차, 작약 꽃차, 맨드라미 꽃차, 장미 꽃차, 팬지 꽃차, 홍화 꽃차, 스테비아 잎차, 아마란스 꽃차, 해바리기 꽃차, 청귤차 등 다양한 꽃차를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또한 꽃을 블랜딩한 꽃차도 선보이고 있으며, 겨우살이, 오가피, 돼지감자 등 농산물로도 차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꽃차는 온라인과 직거래, 또 카페 등에 판매하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꽃으로 100% 수작업을 거쳐 꽃차를 만들고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
또한 소백산 꽃차이야기는 교육부 진로체험인증기관으로, 학생들이 농업과 우리농산물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원예, 허브, 꽃 등을 이용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며 진로교육 및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꽃차와 관련한 체험을 비롯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꽃차 가공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점점 꽃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꽃차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아 소비층이 넓지 않는 것이 문제. 이에 이 대표는 꽃차의 대중화를 위해 꽃차를 더욱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포장디자인의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다.

꽃차가 너무 좋고 즐기고 싶지만, 좀 더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많았어요. 그래서 최근 연구 끝에 꽃차를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포장을 만들었어요. 아직 시판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밝힌 순 없지만, 박람회에서 바이어들에게 선보였는데 호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꽃차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하는 이 대표. 그녀가 앞으로 써 내려갈 꽃차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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