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석 한국사회적경제협동조합 (K-Coop) 이사장

각 국가와의 FTA 체결은 농업을 ‘이윤’과 무한경쟁의 ‘세계화’로 물들여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시장’은 돈을 남기려는 세계적인 유통자본이 장악하고 있으니 중소농의 생산자 요구를 전혀 담아내지 않으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도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정책으로 양극화가 극에 달해 농민과 노동자는 생산력 증대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그 과실을 나누어 보지도 못했다. 세계화 정책이 지구촌을 휩쓸면서 풍요와 낭비 그리고 절대빈곤과 양극화가 교차하는 자본주의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도시와 농촌의 새로운 유대관계를 형성시켜 혁신적인 지식체계와 전달, 지속가능한 인구정책을 펼쳐야 한다. 도농 간의 사회ㆍ경제적 간격을 좁히기 위한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관계망을 보다 조밀하게 형성시켜 농촌에 활력을 증진하는 동시에 도농 쌍방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안전한 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농민들은 노동의 댓가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외 농업공동체나 협동조합,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탐구하여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근원을 찾아 지역의 전통과 현실에 맞는 농업정책을 펼쳐야 할 때이다.

‘로커보어’는 거주 지역에서 재배된 로컬푸드(Local Food)를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먹는다는 뜻을 가진 보어(Vore)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이다.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와 같은 개념이다. 
프랑스에서는 식품의 생산부터 소비자의 섭취까지 이르는 거리인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환경지표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레스토랑이나 마트 등의 상품에 푸드 마일리지를 표기하는 ‘푸드 마일리지 캠페인’을 2005년부터 시행중이다. 로컬푸드만을 소비하는 로커보어가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도 등장한다. 미국에서는 전문 유기농 유통업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 영국에서는 유통업체인 테스코(Tesco)가  지역 내 소규모 채소 재배 농가와 연계하여 판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21세기에 먹거리는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흐름을 농업과 친환경의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비전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로컬푸드는 대부분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데 수탁한 물건을 안정적으로 판매해주니 명확하게 역할 구분되고, 파트너십도 생겨 구성원들의 힘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다.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농업인이 농장을 함께 경영하는 생산과 소비 통합 시스템 구축, 도농 간의 소비자, 생산자 협동조합의 네트워크 활성화, 농산어촌 자원의 가치를 소중하게 느끼고 생산, 유통, 소비할 수 있는 안정된 시스템, 상부상조의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기업경영 방식을 도입하여 자원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농촌은 한민족 역사의 나이테가 알알이 박혀 있는 삶의 공간이며,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원천이다. 농업은 이윤으로 피폐화되어야 할 곳이 아니라 사람의 존엄성과 평화와 포용의 환경적 가치가 증진되어야 할 공간이다. 농업은 전통적으로 공유경제였고, 협동경제의 일터였고, 또 내가 당신을 도와주면 누군가가 나를 도와 줄 것이라는 신뢰사회를 만들어 왔다. 농촌에서의 ‘사회적경제’ 핵심은 먹거리 문제와 관련이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영농조합,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간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주체를 발굴하고, 사회적 자본을 창출할 수 있는 정부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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