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선주의’ ‘공정 무역’ 명분으로 이익 극대화 추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거듭 강조된 국정연설을 필두로, 지난 31~1일 이틀간 열린 한미FTA 개정 2차협상에 미국측의 전방위적 시장개방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업인단체들은 협상 첫날 회의장 밖에서 한미FTA ‘전면폐기’를 주장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차협상에서 한국측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미측은 마이클 비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를 대표로 양측 협상단 30여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직전 유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1차에 관심사항을 교환했기 때문에 이번엔 구체적 양측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국익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1차 협상에서 우리 측은 투자자 국가분쟁 해결(ISD)과 급증하는 수입규제 조치 등 무역구제에 대한 입장을 전했고, 미측은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의 86%를 차지하는 자동차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통상전문가에 따르면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첫 국정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대북 강경론 등을 언급한 것이 이번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무역협정을 맺을 경우 더욱 공정한 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안보적 상황과 연계해 2차 협상에서 강경하고 노골적인 개방요구가 있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FTA대응대책위원회, 한미FTA폐기를위한농수축산대책위원회 등 농업인·시민단체들은 31일 회의장 밖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폐기’를 주장했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농축산물 관세철폐, 쌀과 쇠고기 등에 대한 추가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FTA 폐기를 주장했다. 이날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국은 우리를 상대로 세탁기와 태양광 모듈에 대한 보복관세 조치를 강행하는 등 다자간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원칙으로 하지 않기로 한 한미FTA를 위반했다”면서 “한미FTA는 우리나라만 지켜야 하는 일방적인 ‘노예계약’이 된 것”이라고 규탄했다. 단체들은 “정부는 협상 일정 자체를 취소하고 쇠고기 등 미국산 농축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맞보복 관세 부과 등을 통해 이 최악의 한미FTA를 파기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 협상에서 미국측은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업체당 2만5천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설정된 쿼터를 없애거나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주된 요구조건이었다는 전언이다.

반면 농업분야에 대한 미국의 요구사항은 전면 비밀에 부쳐진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와 농식품부 관계자 등은 기자의 이같은 질의에 대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수준의 답변만 반복했다.

이에 대해 농업인단체 한 관계자는 “한미FTA 개정협상 본질은 미국의 이익이 목적이다. 농축산업 추가개방 압력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전략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정부는 이미 농축산업은 회생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현재 조건을 유지하는 협상이 아니라, 자유무역 자체를 중단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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