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난방기로 중도매인 총파업으로 번져

가락시장 중도매인의 총파업 집단행동 예고에 출하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가락시장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와 한국농수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가 3월 14일 집단행동을 결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하자 우려는 중도매인단체의 집단행동으로 정상적인 거래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고된 중도매인단체 집단행동의 명분이 모호하다는 점도 출하자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사건 개요… 경찰조사 진행 중

중도매인단체가 총파업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발단은 경매시간 이후의 난방기 사용문제에서 시작됐다. 경락된 농수산물은 중도매인 점포로 즉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중도매인 점포의 공간문제와 배송 등의 이유로 경매장에 잔류하는 물량이 종종 발생한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경, 혹한이 몰아치면서 경매장에 잔류된 농산물의 냉해 방지조치가 필요했다. A중도매인조합은 이를 위해 A도매시장법인에 경매시간 이후의 난방기 가동을 요구했다. A도매시장법인은 자체 근무인력을 배치해 경매시간 이후의 난방기 가동과 화재안전 순찰을 시행해 왔다.

사건은 경매시간 이후 난방기가 일시 꺼지면서 발생했다. A도매시장법인 직원이 순찰 도중 난방기가 꺼진 것을 확인했고, 즉시 난방기를 재가동 시켰다. 이런 상황이 해당 A중도매인조합에 전달됐고, A중도매인조합장이 난방기의 고장수리와 재가동 등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해 A도매시장법인 사무실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쇼파를 뒤집는 등의 소란이 있었다. 소란을 일으킨 A중도매인조합장은 재물손괴로 경찰에 신고됐다.

이후 A중도매인조합장은 경찰신고에 대한 문제를 중도매인 서명 등의 방식으로 풀려했고, A도매시장법인의 경비직원과 새벽시간에 만난 술자리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A도매시장법인은 사건 당일 해당 경비직원을 해직시켰다. 해당 사건은 현재 경찰조사가 진행중이다. A중도매인조합장과 경비직원은 각각 병원진단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경찰조사를 한차례씩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임직원들 무릎 꿇고 사과까지…

문제는 중도매인단체가 집단행동을 주도하면서 발생했다. 경매시간 이후의 난방기 사용이나 경매장 내 잔류품 보관 등 이번 사건이 발생한 근본원인 해소를 위한 고민이 사라져버렸다. 또한 사건 당사자인 경비직원은 사과 문자를 남긴 채 이미 해직됐다. A중도매인조합장은 A도매시장법인 대표로부터 경비직원의 일탈에 대한 직접사과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A도매시장법인 임직원들도 동료였던 직원의 일탈에 대해 A중도매인조합원들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중도매인단체의 집단행동은 시작됐다. 중도매인단체는 해당 사건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과 집단행동을 선동하는 내용의 대자보와 현수막을 가락시장 곳곳에 게시했다. 또한 “살인미수행위”, “천인공노할 테러”, “배후에 누가 개입되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 등등의 내용으로 A도매시장법인의 퇴출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관계기관에 발송했다. 최근에는  총파업 집단행위의 명칭을 ‘악덕기업퇴출과 공영도매시장 규제철폐를 위한 전국중도매인 총파업 궐기대회’로 작명했다.

이 같은 일련의 진행과정을 지켜본 도매시장 관계자는 “중도매인단체의 화법을 빌려 말하자면 일방적인 비방만 앞세우는 이 같은 생짜 부리기의 배후에는 본질과 전혀 다른 속내가 개입되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생기려 한다”면서 “가락시장의 중도매인이라면 부화뇌동하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현명한 사실 확인과 상황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중도매인단체의 행태는 출하자 농업인과도 상당한 시각차를 보인다. 중도매인단체가 매도하고 있는 A도매시장법인은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과 공판장,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등 모든 유통주체 가운데 가장 많은 사회적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는 도매시장법인이다. 또한 다양한 산지지원과 출하자 농업인단체 교류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도매시장법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인단체 관계자들은 중도매인단체의 총파업 집단행동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가락시장에서 발생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충분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선동하기 보다는 경찰조사결과를 기다려 철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명분 없는 총파업 궐기대회는 공영도매시장 유통주체로써 책임 있는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출하자 농업인을 위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상생노력으로 농산물 제값 받기를 위한 책임과 역할에 충실해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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