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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도 이름이 있다
윤순강 농촌진흥청 토양비료과 박사
2018년 04월 20일 (금) 14:10:04 윤순강 농촌진흥청 토양비료과 박사 .
지난 3월 11일은 세 번째로 맞는 흙의 날이었다.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의 지속성 확보가 필수라는 사실을 공감하며 흙을 잘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지정됐다. 지정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흙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단단한 발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 생물체 종류마다 각자 고유한 이름이 있듯이 이렇게 소중한 흙에도 이름이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내 농경지의 흙 이름까지 아는 농업인은 많지 않지만 내 토양의 이름을 안다면 애정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학술적으로 흙의 이름을 붙이는 분류 단위를 ‘토양통’이라 한다. 우리나라 국토 전체의 토양에는 405개의 이름이 있다. 이렇게 흙에 이름이 붙여질 수 있었던 것은 해방 이후 농촌진흥청에서 식량증산을 위하여 전국의 논과 밭에 대해 실시하였던 ‘토양조사사업’ 덕분이다.
1960년대부터 1999년까지 수십 년간 이뤄졌던 조사에서 얻은 데이터는 현재 토양환경정보시스템 흙토람(soil.rda.go.kr)에서 제공하고 있다.

토양의 이름은 토양조사 과정에서 그 토양이 제일 먼저 발견된 지역의 지명을 따서 붙이게 된다. 동일한 토양이라면 먼저 발견된 토양통의 이름을 붙이기 때문에 같은 토양 이름이 전국 여기저기에 있을 수 있다.

토양은 암석이 오랜 시간 동안 지형과 기상, 기후, 그리고 지상부에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 등의 영향을 받아서 풍화되고 이동하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토양마다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르고 성질도 다르며 물 빠짐 등도 다르기 때문에 결국 그 토양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농작물의 종류도 달라진다.

농사를 계획할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무슨 작물을 심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재배 과정이나 수확 후 소득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적지적작(適地適作, 알맞은 땅에 알맞은 작물을 심음)’이라고 내 땅의 조건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작목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의 흙토람에서는 농경지의 지번을 입력하면 해당되는 땅에 대한 이름(토양통)과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내 땅의 이름을 알면 해당 농경지가 형성되어 온 과정을 바탕으로 모래가 많은지, 점토가 많은지, 그리고 물 빠짐이나 농사와 관련하여 사전에 알아야 할 흙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영농에 필요한 적절한 토양 관리를 위하여 어떠한 조치를 해야 하는가 하는 대책을 미리 준비해 볼 수 있다.

농사에 있어 작목의 선택은 실로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의 소비패턴과 시장성, 그리고 소득을 감안하여야 하고 적용할 농사의 기술이 탄탄한지도 점검하여야 한다. 여기에 농사를 지을 농경지에 흙에 대한 이해가 함께 준비된다면 영농 과정에서 효과적인 토양관리가 수월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농경지의 흙이 모두 같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흙은 모두 405개의 종류가 있다. 이름이 다른 흙은 농사에 있어서도 다르게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제 곧 본격적인 영농철이다.

농사의 기본인 토양에 대한 이해와 함께 영농을 시작하는 것이 과학영농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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