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물량 늘어 가격폭락…산지폐기 줄이어

“생산비는커녕 산지폐기라도 해야 생산비를 건질 상황이니 큰일이죠. 산지폐기에 해당되는 농가는 최악은 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농가는 당장 영농비 갚을 생각에 막막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양파 주산지 중 한곳인 전남 고흥군 금산면 일대는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았지만 들녘에는 농민들이 종적을 감췄다.

농촌지도자고흥군연합회 남양완 회장은 “예년 이맘때 쯤이면 60% 이상 양파수확이 끝나고 농민들이 수확의 기쁨을 누렸을 것인데 올해는 수확을 포기해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서 “햇양파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지다 보니 당장 생산비를 걱정하는 농민들로 시름이 깊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산면 관계자는 “작년에 시세가 좋았던 탓인지 고흥만 보더라도 10% 가량 재배면적이 늘었고 전국적으로도 재배면적이 늘어 도매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져 산지폐기를 앞당겨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햇양파 가격은 도매시장에서 1kg당 700원대로 작년 이맘때 1,900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생산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산 양파 생산량은 평년(124만3000톤) 대비 13% 증가한 139만8000톤 수준으로 전망됐다. 양파는 작년에 높은 시세 탓에 재배면적이 평년대비 17.4%·전년대비 19.9% 증가했다.

따라서 올해 양파 생산량은 평년 대비 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량이 넘치다 보니 가격도 3월 상반기 879원, 3월 하반기 644원, 4월 상반기 647원으로 평년대비 49.3% 하락하는 등 맥을 못 추고 있다.

2018년 햇양파 재배농민들의 고충이 가중되면서 지난달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산지폐기이다. 우선 전남과 제주지역에서 생산된 조생종 2만여톤을 이달 초까지 산지에서 폐기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조생종 2만여톤은 아예 출하를 못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중·만생종 양파에 대해서는 평년 수요량(116만톤)을 넘어서는 초과 공급량 4만3000톤 전량을 수매 비축과 사전면적 조절을 통해 시장에서 격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파 해외 수출도 적극 독려해 물류비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생종 양파 가격이 무너지면서 농민들의 산지폐기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4일 전남도내 전체 1,602농가가 햇양파 수확을 포기하고 시장격리(산지폐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재배 면적으로는 972㏊에 달한다. 양파 시장격리 농가가 받는 보상금은 ㏊당 2,049만원으로 책정됐다.

남양완 회장은 “조생양파는 종자가격 자체가 비쌀 뿐만 아니라 비닐피복, 퇴비, 영양제 등 소용되는 영농비에다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현재 양파 시세로는 농가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농가들은 농사를 열심히 짓는 것이 전부인데 농산물은 매년 폭락, 폭등이 반복해 농가들의 목을 죄고 있다. 과연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따져 묻고 싶다”고 말했다. 무르익은 양파밭에서 수확의 기쁨은커녕 멀쩡한 양파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현실에 농민들의 마음은 착잡할 뿐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