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반영 19만6천원대 추산…농업계는 21만~24만원대 차이 커

올 상반기중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쌀목표가격을 재설정하겠다던 문재인정부의 공약이 동맥경화에 걸렸다. 농민단체와 국회 교섭단체 등은 연초부터 쌀목표가격안을 제시해놓고 정부의 요구관철을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부처인 농식품부는 장관직 공백기간이 길어지는 악조건까지 겹치면서 뚜렷한 대책마련이 요원하다는 진단이다.

농식품부, 농업계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4월 임시국회는 ‘드루킹 특검’ ‘방탄국회’ 등 정쟁으로 이미 마비상태인 터라, 6·13지방선거가 지난 하반기가 돼서야 쌀목표가격 재설정문제가 논의될 것이란 게 일반적 예측이다. 2013년처럼 12월 예산국회 막바지까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에 각 정당 후보들의 농정공약은 쌀문제로 압축됐었고, 문재인 후보 또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2018년 상반기중 쌀목표가격을 재설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4월말 현재까지 뚜렷한 쌀목표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물가변동을 반영해 목표가격이 설정될 수 있도록 관련법인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여러 시나리오를 대입해 목표가격을 측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지원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장관직이 공석이란 점, 즉 파급영향이 큰 쌀목표가격을 재설정하는 것 자체가 책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론을 못내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현 차관이나 차관보 모두 양곡정책을 다뤄 온 쌀 관련 전문가들이란 점에서 주위의 지적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농식품부가 그간 여러 통로를 통해서 밝혔던 2013년과 2017년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쌀목표가격 셈법에 대입하는 시나리오 수준에서 정부안이 예측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서 내논 5년간 물가상승률 약 4.3%를 목표가격 방식에 적용하면, 80kg들이 쌀 한가마에 19만6천~19만7천원선에 제시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수치는 농민단체나 국회 야권의 교섭단체들이 제시하는 금액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전농의 경우 1kg 3천원씩 24만원, 쌀전업농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5년간 6.2% 따져서 21만5천원, 정의당은 전농과 같이 24만원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또한 최소 21만원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당론화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입장에서는 농업계나 국회의 의견을 수렴할 공론화 과정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전언이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쌀생산조정제) 신청 마감 결과, 목표치의 66%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쌀목표가격을 농가들의 기대치에 맞게 올릴 수도 없는 실정이라는 것. 안정되게 쌀가격이 보장될 경우, 내년에도 시행될 쌀생산조정제에 반응할 농가가 없을뿐더러, 정부의 모순된 양곡정책으로 국민혈세만 낭비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공개적 논의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국회 등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된 상태에서 정부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현재의 농식품부 모습을 보면 이미 갈등의 불씨를 품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 주도의 양곡정책으로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농가들은 다시 야적시위로 맞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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