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홍천 오이작목반 김진수 대표(좌), 경북 상주 포도연구회 김경철 회장(우)가 사업 참여를 통해 지원받은 안전, 편의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시범사업, 보조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사업이 전개되고 있지만 농업인들의 체감온도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농업인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사업’은 농업인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고 현장에서 꼭 필요한 지원이 전개돼 호응도가 매우 높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사업(이하 안전관리사업)’이 농업인들의 집중 조명을 받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사업은 작목의 농작업 위험요소 분석 및 위험성 평가, 작업 단계별 개선대책 수립 및 우선순위 설정 등 전문가의 컨설팅 수행으로 작업장, 작업자세, 농약, 농기계 등에 대한 개선 대책을 제시해주고 무엇보다 농업인 스스로 안전한 농작업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안전문화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했던 강원도 홍천군 ‘풀잎이슬농장’ 김진수 대표는 “가장 현실감 있는 사업이었다”고 호평했다.

김 대표 주선으로 오이작목반 10명이 참여한 이 사업을 통해 ‘주행형 동력분무기’, ‘1륜손수레운반차’, ‘4륜작업 운반차’, ‘내화학장갑’, ‘편광보안경’, ‘무릎보호대’, ‘편이의자’ 등 다양한 편이장비, 안전관리 장비를 지원받았다.

김 대표는 “대다수의 농업인들은 안전과 편이장비와 동떨어져 심각한 위험 상황에 노출돼 있는 반면 안전관리사업에 참여한 농업인들의 경우 만족도가 매우 높다”면서 “몰라서 사용하지 못했다면 모를까 한번 접해본 편이장비는 영농활동에 반드시 필요하고 영농의욕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시 ‘명품포도연구회(회장 김경철)’는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해 농작업 안전 컨설팅, 안전장비 2종(전동전지가위, 농산물작업운반대), 안전보조구 14종, 안전교육 5회, 선진지 견학 1회를 추진했다.

특히 사업을 통해 동력 전정가위를 도입해 목·어깨 통증을 방지했고 농산물 작업 운반대와 의자 도입으로 쪼그려 앉는 자세에서 앉아서 하는 자세로 개선했다. 이밖에도 동력 방제기, 농약방제복, 농약보관함 등 도입으로 농작업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게 됐다. 

포도연구회원들은 “전문가 컨설팅과 함께 농작업 안전장비 및 안전보조구 보급, 농작업 안전관리 및 재해예방 교육 등 농작업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이뤄져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경철 연구회장은 “일반적으로 농업인들은 편이장비, 안전관리 장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관행농법에 의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번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안전, 편의장비는 인근 농가에 전파돼 돌려 사용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 사업 확대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에 관심있는 농업인들의 경우 그 수혜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 반면 대다수의 농업인들은 영농활동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위험에 노출돼 ‘근골격계’ 질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거나 병명도 모른채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의 농축산업 유해위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농업은 3대 위험산업 중 광업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업인의 근골격계질환은 비농업인의 2.4배, 농약중독과 농부증 발생율은 매년 증가해 농업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여러 위험요인에 노출돼 있는 농업인들의 농작업 재해예방과 유해요인 개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농진청 농촌자원과 이명숙 과장은 “그동안 농업인들은 평상 시 농작업 안전보호구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습관화돼 있지 않아 농약 흡입과 낙상, 농기계로 인한 부상 등 위험요소에 고스란히 노출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면서 “이번 사업이 농업인 스스로의 안전한 농작업 환경 조성은 물론 농작업 안전요령 숙지와 실천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이 시범사업을 지난 2015년~2018년까지 4년간 추진하면서 농작업 개선이 필요한 작목반, 연구회 등 총 315개소에, 157억5천만원을 지원했다. 무엇보다 농진청은 이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들의 작업자세, 농기계·장비, 농작업장, 위험물질, 안전환경 등 5개 항목의 사업전·후 행동변화를 측정한 결과 농작업 안전관리 수준이 48.1% 향상된 것으로 파악했다. 전반적으로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들의 자율적인 안전관리 실천 및 사고예방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다만 이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들이 안전, 편의장비를 통해 구체적인 경제성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농진청 농촌자원과 김경호 지도사는 “이번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들의 호응이 매우 높고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는 농업인들까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업성과를 표출할 수 없어 대안을 마련 중”이라며 “올해 사업까지 종료된 이후 사업 전반에 걸쳐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 사항을 점검해 2019년도에도 차질없이 사업이 전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업인들조차 생소하게 느끼는 안전, 편의장비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농작업 위험요소를 제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이지만 기술력이 갖춰지지 못한 탓인지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구광역시에 소재한 안전, 편의장비 한 업체 관계자는 “국산 제품은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으로 무조건 비싼 수입산을 선호하기 보다는 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면서 “최근들어 국내 업체들도 안전 및 편의장비 분야에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농업인들이 신뢰하고 국산 제품을 찾는다면 제품의 질은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