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김사실장

청렴한 공공기관 만들기, 결국 사람이다

지난 1월 29일. 작년 말부터 시작된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가 발표되었다. 내심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매우 심각하였다. 총 1,190개 기관 중 946개 기관·단체에서 모두 4,788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이중 부정청탁과 지시 및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내용은 수사의뢰하고 미약한 건은 징계(문책) 요구했다.

이는 “기회는 균등하게, 절차는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 반하는 것으로, 정부에서는 이번기회에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에 대하여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의 가슴속 한 구석에는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가 생겼다.

국가권력이 입법, 행정, 사법의 3권으로 나뉘어 서로 견제하듯 공공기관도 기관장과 감사가 상호 견제하며 운영된다. 공공기관에서는‘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체감사기구를 둬 기관운영의 적정성, 공정성, 공공성 및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도록 내부통제, 청렴활동 등 끊임없는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감사실에 몸담고 있으면서 바라본 이번 사건은 기관운영에 대한 부패발생 예방 및 내부통제 활동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자체감사기구에 그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예 비리가 싹트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실천하려는 구성원들의 강력한 청렴의지가 필수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면에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직원들에 의한 부패 리스크 사전예방 정책이 효과를 거둔 좋은 사례이다. 재단에서는 2016년부터 직원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청렴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재단의 중장기 윤리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청렴실천 10계명을 제정했다. 승진, 채용 등 비리가 발생하기 쉬운 인사위원회에 감사실장을 당연 배석시켜 선제적으로 비리를 예방하였으며,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외부 심사위원 선정에도 감사실 입회하에 진행하는 것을 명문화 하는 등 관련 규정과 업무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정비하였다.

또 기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청렴윤리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청렴시민감사관제도를 운영하였다. 실무적으로는 전사적 자율참여 청렴윤리경영 실무추진단을 꾸려 제대로 청렴경영을 실천하였다. 감사실은 노동조합을 비롯한 직원들과 수시로 면담을 통해 기관의 청렴성과 윤리경영을 점검하였고, 직원들은 모든 업무를 청렴하고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있다.

그 결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최근 2년 연속 국민권익위원회에서의 부패방지 시책평가를 면제받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청렴기관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번에 있었던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에도 비리에 대한 지적사항이 단 한건도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새삼 다산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思患而豫防. 又愈於旣 災而施恩」(환란이 있을 것을 생각하고 미리 예방하는 것은, 이미 재앙을 당하여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 목민심서 애민육조 편으로 이번에
운 일은 없었지 않을까. 청렴한 공공기관을 만드는 일, 결국 사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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