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상생’ 동상이몽으론 안된다

  
 
  
 
도시와 농촌간 상생과 농업·농촌문제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 및 지원을 위해 펼쳐지고 있는 1사1촌 운동은 농촌지역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농산물 개방화로 시름하는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며 모든 도농교류운동의 화두로 등장한 1사1촌 운동의 확산은 4년만에 1만여 건이 넘는 교류사례가 발생할 정도로 대단하다. 또 지난 2007년에만 553억원의 교류금액과 206만명이 교류활동을 펼치는 등 우리 농촌과 농업이 가진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1사1촌 운동이 도농교류 확산에 기여했으며, 지금도 농촌에 꼭 필요하고 절실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허나 지금 추진되고 있는 1사1촌 운동의 형태는 자매결연과 동시에 마을의 모든 숙제가 해결 될 수 있다는 농촌의 지나친 기대심리, 무분별한 시설투자 등에서 오는 문제 등을 안고 있다.


농촌의 지나친 기대는 금물
1사1촌 이라는 도농교류의 특성상 농촌은 자매결연과 동시에 마을의 숙원사업과 생산된 농산물을 모두 직거래를 통해 자매결연 회사에서 소비해 줄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와 믿음을 갖고 있다. 또 자매결연식이나 생산된 농산물을 적당히 매입하고 연 몇 차례 열리는 자원봉사만으로는 기업이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와 젊은 일손의 부족으로 지금 농촌은 언제 어디서나 일손이 무척이나 필요하지만 회사에서 업무에만 충실하던 직원들이 농사의 사전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논과 밭일에 서툰것은 당연한 처사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농촌에서는 회사에서 자청해서 추진해도 요즘 농사는 기계로 한다며 손 사레 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여름 경기지역 1사1촌 자매마을을 찾은 기업체는 오전부터 시작한 일손돕기가 오후까지 이어졌지만 뒤늦게 한 농가로부터 일손이 더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날 인원을 따로 배정해 예정에 없던 작업에 나섰지만 도농교류라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일손돕기가 끝에 가서는 서로 인상을 붉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후로 이 마을의 일손돕기는 직원들이 참여를 기피하게 되었다.

자주 일어나는 사례는 아니지만 자매결연 기업의 일손돕기를 무리하게 활용하려는 일부 농업인들 때문에 1사 1촌 운동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농촌사랑 운동본부 관계자는 “농촌이 영농철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 1사1촌 자매결연 기업을 통해 일손요청 하는 것은 도농상생을 실천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농사일이 익숙지 않은 도시민들에게 과도하게 일손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농촌에서는 전문일꾼 몇명이면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도 도시민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농촌과 기업은 이를 고려한 일손돕기를 해야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겉모습 치장보다 내실 챙길때
1사1촌 운동을 통한 자매결연으로 마을이 알려지고 농촌관광이 활성화되자, 일부 농촌마을들은 시설투자에 과도하게 나서면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농촌하면 떠올리게 되는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숙박시설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기 위해 농촌마을은 너나 할 것 없이 위생적인 시설 구축에 매진했다.

깨끗하고 모든 기반시설이 마련돼야 농촌관광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일부 농촌마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005년 한국무역협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경기도 이천시 율면 석산 1리 부래미 마을은 농촌체험관광 마을을 특화한 1사 1촌 우수마을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슬레이트 지붕이 대부분인 보통 시골마을과 다르지 않는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또 천혜절경이나 시원한 계곡도 없다. 하지만 30가구 76명의 이 작은 마을에 연간 2만여명의 도시민들이 다녀가고 있다. 지나친 개발을 배제한 농촌다운 모습이 득이 됐다. 마을 한켠에 마련된 딸기 체험장, 천연염색 체험장, 도자기 교실 등은 마을의 귀농, 귀촌자들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만든 덕분이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한 개발을 자제하는 등 농촌다움을 잃지 않은 것이 부래미 마을의 성공 비결이다.

영천시 화북면 정각1리 별빛마을은 마을의 주변 환경을 활용한 1사 1촌 자매결연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을의 농촌체험 관련 시설은 별빛쉼터와 황토방, 노인정, 정자 등 편의시설과 미꾸라지체험장 및 썰매체험장 등 다양한 체험시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 인근에 있는 보현산 천문대와 풍뎅이체험학습관 등을 연계 이용할 수 있어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요소들을 두루 잘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 관광객들이 농촌을 찾는 것은 화려한 시설보다는 농촌만이 갖고 있는 정서 때문”이라면서 “도시민들을 유치하기 위한 시설은 농촌과 기업, 마을과 마을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공유하는 체제로 풀어 나가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촌과 기업…생색은 그만
1사 1촌 운동에서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자매결연을 맺은 후 지속적인 교류를 하지 못하는 점이다.

농촌은 자매결연 행사를 한 번 치르기 위해 마을회관과 지역을 청소하고 음식과 오는 손님들 답례품을 준비하는 등 많은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다. 이런 상황에서 자매결연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면 농민들은 허탈감에 빠진다. 이와는 반대로 기업은 사회적 생리상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연 활동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농촌은 마을을 스스로 진단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 개선하는 등 기업을 맞을 준비를 통해 의지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도농교류를 위해 노력하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농촌이 할 수 있는 가능한 선에서 넉넉함과 정을 줄 수 있는지 항상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기업은 농촌의 기대심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인연의 끈만 이어놓으려는 생각은 단호히 버려야 한다. 농촌과 기업이 서로가 서로에게 애착을 바탕으로 하는 이해의 시도부터가 시작 될 때 진정한 1사1촌 운동이 상생의 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다.

1사 1촌 자매결연 을 위해 농촌에 차려진 음식과 화려한 겉모습은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 기업역시 1사1촌의 자매결연으로 진행된 마을을 기업측에서 얼마만큼의 자료를 파악하고 있는지 마을에서는 그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교류 할 것이며 상생을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농촌사랑 운동본부 관계자는 “농촌과 기업이 1사 1촌 자매결연을 맺고 도농교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먼저 1사1촌의 의미에 대한 교육으로 도농교류에 대한 의식을 확고히 다져놔야 한다”면서 “도농교류에 대한 교육을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 한 후 자매결연을 맺는다면 도농교류의 본뜻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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