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한희순발효갤러리’ 한희순 대표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의 작은 시골마을에 특별한 갤러리가 있다. 이 갤러리의 주요작품은 발효식품인 ‘식초’다. 갤러리의 주인이자, 발효식품이라는 작품을 만드는 농부 예술가는 바로 ‘한희순발효갤러리’의 한희순 대표다. 한 대표는 현미, 흑미, 율무 등 곡물과 복분자, 오디 등 과일을 알콜발효 및 자연적인 초산발효를 통해 식초를 만들고 있다.

발효음식도 갤러리에 전시할 수 있는 훌륭한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노력과 정성을 담아 식초를 만들고 있는 한 대표를 찾아 그녀의 발효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머니의 손맛 이어받아 발효전문가로

한 대표와 발효음식의 인연은 남다르다. 그녀에게 발효음식은 어머니와의 추억, 젊은 날의 일상, 그리고 행복한 인생 제2막의 포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장을 담글 때면 언니와 저를 앉혀두고 꼭 그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아직도 제겐 어머니의 장 담그는 모습이 선하게 남아있죠.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에는 장을 담그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어린 나이었지만 그때 배웠던 방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음식을 가까이 하고 어머니가 요리를 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았기 때문일까. 한 대표는 성인이 돼 운명처럼 요리사가 됐다. 음식 솜씨가 남달랐던 그녀는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집에 출장요리사로 일할 정도로 명성을 떨쳤다.

현직 요리사 생활을 하다 보니 요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미료, 그 중 천연조미료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퇴직 후 남편과 함께 귀농해 천연조미료인 발효음식을 만들며 여생을 보내자는 꿈도 갖게 됐다.

한 대표의 이러한 꿈이 현실로 이뤄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귀농해 발효음식을 만들며 살자고 남편과 계획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요양을 위해 조금 계획보다 조금 빨리 귀농하게 됐죠. 그렇게 발효음식과 인생 제2막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까다롭지만 전통방식 고수

렇게 한 대표는 11년 전 경기도 연천군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발효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가 군사지역이다 보니 청정한 자연환경을 자랑해요. 그렇다보니 주변에 파릇파릇한 모든 식물이 다 식재료로 보였죠. 산과 들에서 재배하고 채취한 재료들로 장과 장아찌를 담그며 발효음식에 빠져서 지냈습니다.”

특히 그녀는 우연히 방송을 통해 식초명인이 오곡미초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맛있는 식초를 만들어 보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됐다. 연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식초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에는 그 열망은 더욱 커졌다.

한 대표는 좋은 식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술을 빚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전통주 명인을 찾아가 3년 3개월가량 술을 빚는 방법을 전수받았다. 그런 그녀를 보고 주변에서는 쉬운 방법도 있는데 굳이 어려운 방법을 택한다고 한심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고.

그럼에도 한 대표가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어려운 방법을 택한 것은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식초를 만들기 보단 남들이 먹어보지 않은, 정말 식초다운 식초를 만들고자 하는 그녀의 욕심 때문이었다.

숙성기간만 최소 2년…화학 식초에는 없는 깊은 풍미 더해져

무리 우리나라에서 내놓으라하는 명인들에게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해도, 식초를 만드는 재료마다 성분와 성질이 달라 식초를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버린 재료만 해도 어마어마하다고.

숱한 실패를 거듭한 끝에 한 대표는 지난 2014년 ‘한희순발효갤러리’의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식초를 생산, 현재 현미식초, 흑미식초, 복분자·오디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율무식초와 밀랍을 이용해 만든 꿀식초 등 신제품 출시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병의 식초가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년 정도 걸려요. 또 여기에 최소 1년의 숙성기간을 거치죠. 이런 긴 여정을 거치며 시중에 화학 식초에는 없는 풍미가 더해집니다.”

한 대표는 식초를 만드는 방법만큼 재료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복분자와 오디, 꿀은 직접 재배하고, 흑미와 현미, 율무, 찹쌀은 연천군 내에서 무농약으로 키운 것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이로써 지역 농가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한 대표는 전통식초를 널리 알리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연강갤러리’에서 카페를 운영, 전통식초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브런치로 장아찌초밥도 판매하며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식초를 안정적으로 만드는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전통식초를 홍보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전통방식의 기능성 식초로 많은 이들이 건강을 이롭게 하도록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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