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강부회’… 전문성 부족인가 의도된 왜곡인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중도매인의 산지 직접 거래 허용 여부와 상장·비상장 거래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입장 자체가 기존 주장을 복사하여 붙여넣는 식으로 반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적된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엉뚱한 내용을 나열하며 논점을 흐리고 있다.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중도매인의 산지 직접 거래 허용 여부와 산장·비상장 거래에 관한 우리공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중도매인의 산지 수집 관련 규제를 완화해서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간 선의의 경쟁체제를 만들어 출하자와 구매자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주장을 내놨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교묘한 말장난을 섞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인용한 일본 농정신문사 대표와 오타시장, 츠키지시장 중도매인의 말들은 “중도매인 집적집하”에 대한 답변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주장하는 “중도매인의 산지 직접 거래”와는 함의하고 있는 개념이 같지 않다.

일본에서의 “중도매인 직접집하”는 ①중도매인의 산지 ‘매수거래’ ②중도매인간 거래 ③도매시장간 전송거래 등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주장하는 “중도매인의 산지 직접 거래”는 “중도매인(상장예외 및 시장도매인)이 산지로 부터 직접 ‘매수’하거나 ‘위탁’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특히 일본의 중도매인 직접집하는 산지 거래에서 ‘매수거래’만을 허용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주장하는 중도매인 산지 직접 거래의 절반 이상이 ‘위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본의 중도매인 직접집하가 ‘매수거래’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출하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상장예외 및 시장도매인보다 엄격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중도매인 산지 직접 거래는 상장예외와 시장도매인에 한정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중도매인 직집하 개념에 포함되는 ‘중도매인간 거래’(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의2)는 개설자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마음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농안법 및 개설자의 업무규정은 중도매인간 거래내역의 세부사항을 정하고,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매인은 개설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개설자는 이를 관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일본의 사례를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강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대는 ‘견강부회’ 이다. 이 같은 차이를 모른다면 개설자의 전문성 부재이며, 알고서도 주장하는 것이라면 츨하자 농업인과 소비자 시민에 대한 기만이 될 수 있다.

또한 ‘상장’에 대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해석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똑같은 ‘정가·수의매매’를 두고 도매법인이 하면 ‘상장’이고, 중도매인이나 시장도매인아 하면 ‘비상장’일 수 없다”, “이제 도매법인을 통한 상장거래만이 원칙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 잘못된 주장이다”라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상장과 비상장이 존재한다. 기업의 재무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시되는 것이 상장시장이다.

이에 반해 비상장 시장은 정보와 거래내역 등이 불투명하다. 도매시장법인의 상장거래가 투명한 것과 다르게, 중도매인(비상장 및 시장도매인)의 비상장거래는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
물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비상장거래 유통정보를 앞세워 상장거래 수준의 신속한 전파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매시장법인의 상장거래 결과 전파는 실시간이 아닐 경우 몇 분간의 오차에도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그러나 비상장거래의 유통정보는 완료된 거래내역이 대금정산을 위해 정산회사에 통보되고, 정산회사는 통보된 거래내역을 입력한 이후에야 최종적으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실시간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는 상장거래와 비상장거래의 일례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상장거래와 비상장거래를 동일한 수준으로 바라보려는 기울어진 시각으로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최종 선택은 출하자와 구매자가 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정한 의도를 가진 심판은 제대로 된 판정을 내릴 수 없다.

도매시장 개설자의 기본 책무인 시장내 질서유지, 중도매인 및 매매참가인 관리, 무허가상인 및 하역노조 등의 문제는 뒤로 한 채, 권한을 앞세워 도매시장 거래질서에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모양세는 자칫 관치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 ‘지방공사’와 ‘관치주의’라는 단어가 연계되는 상황이 주는 난센스와 괴리감이 가락시장의 한편을 드러내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