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콩·곡물·돼지고기 보조금지원·수출국 압박 등 대책 분주

‘치킨게임(겁쟁이게임)’으로 까지 비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양국에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고율관세를 매긴 것과 관련, 미국은 고스란이 한국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해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중 양국(G2)에 대한 수출비중은 각각 11.9%, 24.8%로 총 36.7%에 달한다. 때문에 G2 간 무역분쟁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1, 2위 교역국이란 점과 지리적 위치 등을 감안할 때, 여과없이 막대한 피해가 예고된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이어지면서 중국 또한 보복조치에 나섰다. 중국은 이달 6일부터 미국산 농축산물, 자동차 등 340억달러 규모 제품에 대해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농축산물은 대두, 곡물, 가죽, 돼지고기, 면 등 2017년 기준 196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했던 대두의 경우 한해 120억달러 규모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이 시작됐고, 그 영향은 곡물류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실제 지난달 26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옥수수와 밀 선물가격이 각각 2%씩 급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멕시코 등도 미국 농산물에 대해 보복관세를 시행하면서, 선물시장에서의 미 농산물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미국의 농산물수출 차질과 가격하락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분주해졌다는 전언이다. 특히 차선책으로, 한미FTA 재협상이 아직 최종타결을 이루지 않은 점을 이유로, 한국의 농산물 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즉각적인 조치에 돌입했다는 언론계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실제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에 대한 추가관세 발표가 나오자 마자, 미국은 수출보조금 지원 제도 가동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수출보조금 지원제도는 가격 추락이나 수출부진으로 예년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농가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 대상국을 상대로, 중국 수출물량 감소분 만큼의 물량을 분담시키는 계획에 착수 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특히 FTA재협상 중인 한국에 대해서는 ‘협상 이외’ 통상외교를 구실로 추가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이란 예측이다.

학계의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콩·면화 농가가 밀집한 미국의 미네소타·아이오와·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표밭’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면서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정부로선 즉각적이고 과감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한국은 충분히 ‘타격권’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중국이 이미 고율관세를 매긴 농산품을 비롯, 대체 상품에 이르기까지 역학관계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한미FTA협상에서의 대책으로, 미국시장에서의 한국과 중국의 경쟁관계, 미국이 주문해 올 시나리오별 농산물 시장 상황, 이에 대한 통상외교적 으로 논리적인 대응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