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농기계도… 농촌복지 파수꾼 역할 ‘톡톡’

▲ 이동식농업종합병원을 찾은 내외빈들과 마을관계자들.
고추를 수확해야 하는데 무릎이 아파서 옴짝달싹 못했는데 의료봉사 덕분에 많이 호전되었네요.”, “당장 사용해야 할 농기계를 제때 수리하지 못해 발만 동동거렸는데 이제야 한시름 덜었습니다.”….

지난 14일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 평은리 마을은 마을 잔치를 연상케 할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모처럼 만나는 주민들은 반가운 인사도 뒤로 미룬채 사용하지 못한 농기계를 고치러 가는가 하면 의료 진료를 받으러 곧장 의료동으로 이동하면서 이발까지 해야 한다고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농촌진흥청이 순천향대구미병원, LG전자와 함께 이날 개최한 제23차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에서 평은리 주민들은 그간의 설움을 한방에 날렸다. 말 그대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농기계가 고장 나도 수리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농업인으로써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총조사 지역조사’를 보면 국내 농어촌 마을 10곳 중 6곳은 종합병원이 자동차로 30분 이상 거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홀로 사시거나 거동이 불편해 장시간 이동이 힘든 어르신들은 병원 가는길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이 농업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날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에는 라승용 농촌진흥청장과 장욱현 영주시장, 최교일 국회의원(영주시·문경시·예천군), 박래경 순천향대구미병원장, 강중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 등 내외빈이 참석해 모처럼 복지 수혜를 누리는 평은리 주민들을 격려했다.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은 지난 2010년 6월부터 시작해 2018년 7월 14일 현재까지 모두 23회에 걸쳐 7천여명의 농촌주민이 혜택을 누렸다.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명 ‘농촌 맞춤형 종합선물세트’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 이름에 걸맞게 농기계 안전 점검 및 수리는 기본이고 LG전자 서비스센터가 참여해 가전제품 수리도 이뤄졌다. 농진청의 농업기술 전문가들이 마을 곳곳 농업현장을 둘러보고 토양관리, 병해충 등 분야별 문제점을 분석하고 상담하면서 속 시원한 해결방법도 모색해줬다.

한쪽에서는 어르신의 장수사진을 촬영해 액자로 만드는가 하면 전문가 수준의 미용 봉사팀은 어르신이 원하는 커트와 염색을 하느라 분주했다. 분야별 서비스가 전개되는 동안 천막 여기저기에서 모처럼 어르신들의 웃음꽃이 만개했다.

▲ 농기계 수리센터를 방문한 라 청장과 강중진 회장이 관계자를 격려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을 전개하면서 이동거리 등을 감안해 한림대, 순천향대, 우석대 의과대학 등과 협의해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서비스는 고된 농사일에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임을 감안해 간단한 한방치료나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여유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워낙 고령 인구가 많다 보니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도시보다 높은 것을 감안한 의료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강중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은 “우리의 농촌은 줄어드는 인구와 고령화로 이중고를 겪으면서 일손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당장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농촌지도자회는 의료 및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모든 농업인들이 해소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한편 농업·농촌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라승용 청장은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은 단순히 일회성 서비스를 농업인들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보다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농촌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농진청은 민·관이 함께하는 나눔의 봉사활동을 적극 실천해 활력 넘치는 농촌 만들기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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