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수입쿼터·계절관세 등 농업인 요구 묵살 확인

지난 3일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문서가 공개됐다. 정부는 ‘농업과 철강을 지키고 자동차를 일부 양보했다’고 분석자료를 첨부했으나, 당초 농업계가 요구해온 축산물 세이프가드 발동물량 감축,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월령 단축 등은 전혀 논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FTA 개정협상 결과문과 별도로, 미국은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이용해 자국산 농산물의 한국 시장 접근을 노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예측이다. 결국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농업의 레드라인을 지켰다’는 언급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개정협정문 주요내용엔 우리측 관심 개정사항으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S)와 관련, 소송을 남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 권한 보호 요소를 반영했다. 미국측 관심 개정사항인 자동차 관세 기간을 연장하고,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할 경우 한국의 안전기준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자동차 대수를 2만5천대에서 5만대로 늘렸다. 여기에 농업분야 협상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밝힌대로 ‘레드라인’을 사수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업계와 통상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더구나 농업계의 당초 주장은 ‘한미FTA 폐기’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 한해동안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농축산물액이 78억2천900만달러로 해마다 사상최대를 갱신하는 중이다. 반대로 수출액은 6억4천100만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가 71억8천800만달러에 달한다. 농민들은 품목전환에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농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현 통상 실정을 지켰다는 것이고, 농업계는 이를 폐기하라는 주장인 것이다.

농업계의 한 통상전문가는 “관세이외에 위생 및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이용해 농축산물 수입을 규제하면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이는 FTA협정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며 “최근 철강분야에서 겪었듯이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적용할 경우,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해진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은 WTO 판결 마저 무시하는 반덤핑관세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한 관세부과를 해옴에 따라 한미FTA의 관세인하 또는 폐지 합의가 무의미해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을 벌이면서, ‘한미FTA 개정은 최소화’ 입장이라는 이유로 농업계의 협정개선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용한, FTA와는 별도의 무역보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번 FTA재개정 결과문서를 놓고 전국한우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우협회는 4일 성명서를 내고 “한우를 비롯한 농축산인들은 농가들에게 잘못된 협상을 그대로 유지한 이번 결과를 보고 누구를 위한 협상인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결국 기존대로 쇠고기관세 40%, 발동될 수 없는 세이프가드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땅의 한우농가를 몰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우협회는 관세철폐기간을 20년으로 재설정할 것과, 쇠고기 관세 40% 환원, 세이프가드 발동 물량 대폭 감축,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20개월령 미만 축소 등을 다시 촉구했다.

이와관련, 한 통상전문가는 “미 트럼프정부가 한미FTA에 대한 자국내 농업계의 만족 여론을 감안해 추가개방 제스처를 당장 표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올초 미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장벽 보고서에, 미국산 과일이 한국 시장 접근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처럼 적극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상에 대비한 농업계의 요구를, 협상에 맞는 논리적 근거자료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고 이 전문가는 제안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