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구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장

종자는 농산물의 품질과 수량뿐만 아니라 경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의 피해, 환경장해 등에 대응하는 저항성의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지역, 환경, 생산, 유통, 가공, 저장 등 모든 생산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작물에 발생하는 다양한 식물병원성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는 종자로 전염되므로 유기농업에서는 병원균에 오염되지 않은 건전종자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식물병원균 보균 종자가 매우 낮은 비율로 섞여 있어도 농작물 생산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러스 병해는 치료약제가 전무하기 때문에 종자생산 단계에서 전염원을 차단하고 유기농 건전묘 육성을 위한 표준 종자소독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벼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병해 중 키다리병은 대표적인 종자전염성 병해로 병에 걸린 묘를 이앙할 경우 본답 후기까지 생육에 영향을 줘 벼 수량 감소와 쌀 품질 저하를 초래한다. 병에 걸린 종자가 키다리병 전염원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방제 대책이 필요하다. 친환경 벼 재배 농가에서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종자소독을 하려면 우선 벼 종자를 마른 상태로 60℃ 온수에 10분간 담갔다가 곧바로 꺼내 찬물에 30분간 식힌다. 이후 황토유황합제 100배액(30℃)에 24시간 담갔다 꺼내 찬물에 씻은 후 싹 틔우기를 해 파종한다. 이 방법을 활용한 결과 키다리병 방제 효과가 98.6% 이상으로 확인됐다.

최근 이상기상으로 잡곡 중 수수에 이삭곰팡이병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 병에 걸린 종자를 파종하면 발아 및 입모율이 급격히 감소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수 종자를 60℃ 온수에 10분간 담가 소독하는 것이 좋다. 이 소독법을 활용하면 86.4%의 발아율을 보이고 병 발생은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작물 중 고추의 경우, 세균성점무늬병이 가장 문제가 된다. 이 병에 걸리면 고추의 생육이 저하되고 고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건전묘 육성을 위해서 고추 종자를 38℃ 온수에 10분간 담갔다가 꺼낸 후 55℃ 온수에 30분간 담갔다 꺼내 찬물에 세척해 파종한다. 이 소독법을 통해 고추 세균성점무늬병을 99% 방제할 수 있다.

수박 과일썩음병은 2009년 이후 경남 하동, 충남 논산 등 많은 지역의 육묘장이나 농가에서 발생해 피해를 입히고 있다. 수박 과일썩음병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박 종자를 50℃와 55℃에서 25분 또는 30분간 담근 후 찬물에 24시간 담갔다 파종한다.

중부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생강은 정식 적기인 4월 하순에서 5월 상순경 볍씨온탕침지기를 활용해 씨생강을 25℃ 온수에 12시간 담가 싹을 틔운 후 파종한다. 이렇게 파종하면 기존 재배 방법에 비해 싹은 5일 이상 빨리 나며 생육 특성은 우수하고 수량 또한 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작물 중 참깨는 다양한 종자전염성 병원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육묘과정 중 부패율도 높아 유기재배를 위한 종자소독기술이 필수다. 참깨 종자를 50℃ 온수에 25분간 담갔다 건져 찬물에 1시간 담근 후 파종하면 종자 발아율은 높아지고 병 발생은 줄어든다.

배추, 무, 오이의 경우 50℃ 온수에 25분간 담갔다 찬물에 세척해 파종한다. 양배추는 50℃ 온수에 15분간, 상추는 45℃ 온수에 25분간 담갔다 찬물로 세척해 파종하면 곰팡이나 세균 발생이 줄어든다.

이 외에도 다양한 채소작물에 대한 유기종가 소독기술이 개발돼 있으나 아직까지 온수를 이용한 종자소독기술이 대부분이라 다른 방법 또는 유기농업자재를 활용한 종자소독기술의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유기종자소독기술에 대해 농촌진흥기관과 대학, 외국에서 연구한 결과를 요약해 지속적으로 농업기술포털 농사로(www.nongsaro.go.kr)에 게시할 계획이니 농업 현장에서 유기농 건전묘 생산을 위해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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