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 해석… 농산물 유통 ‘몰이해’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 까지 소요되는 유통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소매단계이다. 그러나 유통비용에 대한 문제지적은 언제나 도매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국산 농축산물의 유통비용률이 소비자가격 대비 △양파 71% △고구마 69.3% △배 63.45% 차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맹인모상(盲人摸象)이 유통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천안을)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2016년 기준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률은 44.8%로, 2015년(43.8%) 대비 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농산물 품목별 유통비용률은 △양파 71% △고구마 69.3% △월동무 64.5% △배 63.4% △봄무 58.1% △봄배추 57.5% △가을무 57.3% 순이었고, 가장 낮은 유통비용률을 나타낸 품목은 △쌀 28.7%”이라고 밝히며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자료는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유통실태보고서로, 매년 품목별 연도별 유통비용과 유통실태가 공개되는 자료이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유통비용률 순으로 나열만 했다. 유통비용률 증가가 농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유통비용률 증가로 발생되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점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aT의 유통실태보고서는 유통비용률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6년 유통비용률이 증가한 주요인은 산지 유통단계의 가공과정 추가(건고추 꼭지 제거) 및 생산량 증가에 따른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조미채소류의 유통비용률이 전년보다 9.0%p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 농산물(34종류)의 생산자수취가, 유통비용 및 소비자가격 비교(대표경로)’를 통해 “주요 농산물(34종류)의 유통비용을 분석한 결과 전년대비 생산자수취가격은 약 13.8% 상승, 유통비용은 9.1% 상승, 소비자가격은 1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남”이라고 밝히고 있다.

본격적인 논란은 박 의원의 비교에서부터 발생됐다. 박 의원은 “유통비용은 유통경로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면서 “농식품부에 따르면 도매시장 경로를 통한 유통비용률은 43.7%로 농협 산지유통센터 경로를 통한 유통비용률인 39.9%보다 3.8%p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도매시장과 농협 산지유통센터의 유통비용률을 비교했다. 그러나 농협 산지유통센터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선별·포장하는 제품화를 위한 산지시설이다. 이를 유통경로로 구분하는 것은 논란이 있는 시각이다. 또한 농협 산지유통센터는 도매시장의 주요 출하처이다. 따라서 도매시장 경로와 농협 산지유통센터의 유통비용률을 비교하는 것은 애초부터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특히 박 의원은 전제부터 잘못된 비교결과를 통해 도매시장의 경매제도가 중간 유통비용을 많이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간 유통비용 등 경매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변화하는 농수산물 유통환경에 대응하고자 2000년 농안법의 개정과 함께 시장도매인 제도가 도입되기에 이른다”고 말했다.
경매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며 시장도매인의 주장을 근거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연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전제의 오류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유통에 대한 몰이해가 더해진 촌극이다. 뚜렷한 해법도 내놓지 않은 채 상투적인 지적만으로 출하단계와 도매단계의 유통비용을 지적하기 보다는 가장 눈에 띄는 소매단계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지적도 없었는지 아쉬울 뿐이다.

2000년 이후 단계별 유통비용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소매단계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출하단계와 도매단계,

특히 도매시장을 통한 유통비용 대부분은 고정비용 즉, 산지에서 도매시장까지 출하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비용이다. 또한 그 비용 대부분의 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소매단계의 유통비용 대부분은 마진으로 보이며, 그 내용조차 불투명하다.

한편 일본 농림수산성의 ‘2014 식품유통단계별 가격형성 조사보고서’(청과비용 및 수산물 비용조사)가 밝힌 일본의 유통비용은 55.0%이며, 생산자 수취가격은 45.0%이다.
aT의 ‘2014년 유통실태 종합분석’이 밝힌 우리나라 유통비용률은 44.8%이며, 생산자 수취가격은 45.2%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농산물 유통비용률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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