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협, 내년 사업 외면…사실상 불참 선언


닭고기산업의 백년대계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닭고기자조금이 좀처럼 맥을 추진 못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자조금 거출률이 20%대에 머물러 있는데다 주관단체 중 한곳인 (사)한국육계협회에서 2019년도 사업계획 조차 제출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계협회는 전체 자조금 거출 금액의 70% 내외를 책임질 정도로 그 역할이 상당하다. 결국 육계협회에서 사업 불참을 지속할 경우 내년도 닭고기자조금은 존속 자체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육계협회가 자조금사업에 불참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자조금사업의 역할과 성과 부족을 내세우고 있다. 하림, 참프레 등 계열회사별로 50~100억원 가량의 홍보비를 각각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닭고기자조금의 현재 사업규모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거출하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형국인 자조금사업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계열주체와 육계협회가 납부한 금액만큼 사업계획을 보장받지 못하고 애꿎은 주관단체가 그 수혜를 누리는 형태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여기다 올해 초 닭고기자조금 관리위원장 선거를 통해 이미 파행이 예고됐다. 실질적으로 자조금 납부 거출기관을 자처한 계열회사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오세진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자조금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측됐다.

역시나 오 위원장이 취임하고 3개월여가 지났지만 닭고기자조금은 한치의 진전도 없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사무국 직원의 인건비는 물론이고 각종 사업조차 추진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예견됐던 상황인 만큼 얽히고설킨 닭고기자조금의 실타래는 결국 오 위원장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주관단체에서 합리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직접적인 개입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오 위원장은 자조금사업이 순탄치 않는 원인으로 자조금 납부를 거부하는 자에 대해 강제조항이 없다는 점과 무임승차를 일삼는 소규모 계열업체를 제도권으로 진입시키는 등 현안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닭고기자조금에 무임승차를 일삼아온 30여곳의 소규모 계열회사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하는 한편 계열회사별로 방문해 자조금사업 참여를 호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위원장은 “계열주체와 육계협회가 주장하는 내용에 충분히 공감하고 언제든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면서 “농식품부에 무임승차하는 자에 대한 강제조항을 요구를 해놓은 상태이고 어떻게든 자조금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 위원장의 행보가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육계협회와 계열회사들은 차선책으로 임의자조금 전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임승차에 대한 대책과 소규모 업체를 참여시키겠다는 오 위원장의 행보가 판세를 뒤집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한 계열업체 관계자는 “설득이 되든 안되든 간에 오 위원장이 계열주체를 몇 번이고 방문해 협조를 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강건너 불구경 하듯 행보를 해서는 안된다”면서 “가뜩이나 그간 자조금사업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고 양계산업 지속성장에 공헌했느냐를 따졌을 때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는 상황에서 이 상태가 지속돼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 육계 사육농가는 “닭고기자조금은 양계산업의 백년대계를 이끌 수 있다는 전국 양계인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것인데 제대로 된 날개짓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꺾이지 않을까 염려된다”면서 “주관단체별 명분만 앞세우기 보다는 어떻게든 자조금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배려와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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