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30일 넘어…정부 대책 폐기 촉구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부는 혹한 속에서도 양계인들의 거센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10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충북 오송) 정문에서 양계인들의 천막농성이 29일째 지속되고 있다. 엉터리 같은 정부의 계란안전성대책을 즉각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양계인들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천막농성 23일차인 지난 4일 대한양계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간 제3차 협상자리가 마련돼 장기간 논의 끝에 산란일자 표기 및 선별포장업 대응을 위한 T/F를 구성키로 협의했다. T/F에는 양계협회 관계자,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모두 참여키로 했다. 

이날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지난해 12월 13일 ‘계란 안전대책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전국 양계인 궐기대회’ 이후 23일간 식약처와 총 3차례 협의를 가졌고 그 일환으로 T/F를 구성키로 협의했다”면서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계란안전성대책에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고 식약처는 원점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T/F에 기대를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처음으로 개최된 T/F회의에서는 양계협회와 식약처간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별다른 진전이 없이 마쳤다. 다만 T/F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 나가자는데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계란농가들은 국내 축산물중 계란이 유일무이한 자급율 99.7%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농가의 끊임없는 노력과 경쟁력 확보를 통한 생산비 절감의 결과인데 정부가 소비자의 안전성과 동물복지 등의 미명아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계란농가들은 당장 산란계 케이지 사육면적 상향조정, 계란 난각의 산란일자 표기, 식용란선별포장업 시행, 세척란 포장유통 의무화 등 정부가 마련한 계란안전종합대책이 강행될 경우  ‘농가 파산·폐업→생산비 증가→계란가격 인상’ 최악의 시나리오가 고스란히 현실로 재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농가들은 계란가격 인상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계란가격 인상을 빌미로 또다시 계란 수입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2016~2017년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미국과 태국에서 계란 수입을 강행한 사례가 있는 만큼 수입 계란이 판을 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계협회는 T/F 협상 시한을 오는 15일까지로 잡고 진전이 없을 경우 대규모 궐기대회와 함께 단식투쟁으로 전환을 고심하고 있다. 계란산업의 생존권을 두고 T/F의 지지부진한 협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홍재 회장은 “계란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전국단위의 광역 집하장(G/P센터)을 설립, 전국 유통망 확충을 통해 체계적인 유통기반을 갖추는 것부터 선결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단순히 계란에 산란일자를 표기해야 안전한 계란이 될 수 있다는 발상보다는 유통과정과 보관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양계인들과 축산인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문정진 축산단체협의회장이, 지난 7일에는 김용철 육류수출입협회 회장이, 지난 9일에는 대한수의사회 김옥경 회장 등이 천막농성장을 찾아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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