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지난해 11월 행정예고…고시 발표는 지지부진


남은음식물 건조박 비료공정규격 설정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은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 일부개정고시(안) 행정예고를 통해 음식물폐기물건조분말과 가공계분을 사용가능한 원료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 3월로 예정됐던 고시 개정안이 계속 미뤄지면서 남은음식물 처리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피마자박의 리신…농업인 건강 위협

남은음식물 건조박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먹고 남은음식물을 건조해 분말을 낸 것이다. 지난해 3월 남은음식물 처리업계는 남은음식물 건조 분말이 비료용으로 적합하다는 결론하에 유기물비료 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했다. 농촌진흥청은 11월 남은음식물 건조박을 비료공정규격에 추가하기로 행정예고를 시행해 놓은 상태다.

한편 현재 유기질 비료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가격 등의 이유로 주로 파마자박(아주까리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피마자에는 맹동성 물질인 리신이 함유돼 있고, 비료 살포시 호흡기나 피부접촉을 통해 농업인들에게 해를 가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피마자박 가격의 3분1 수준

피마자박은 리신의 독성 때문에 비료용으로 밖에 사용할 수 없고, 가격도 낮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피마자박은 연간 45만톤이 수입되고 있고, 톤당 15만원 정도의 가격이 형성돼 있다. 다시말해 연간 810억원이 피마자박 수입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남은음식물 건조박은 1kg당 70원으로 피마자박에 비해 가격이 3분의1 정도 낮다. 또 피마자박의 대체 가능량인 25만 톤을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입대체효과는 27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연간 50만 톤이 유통되는 유기질비료 기준으로 20kg 한 포대당 농업인의 부담이 1,100원 가량 줄어든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가치 인정

지난 12일 남은음식물 처리업체들은 서울 서초구에 기자간담회를 갖고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농촌진흥청에서도 지난해 11월 남은음식물 건조박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 행정예고를 했고, 고시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있었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진청과 몇몇 언론보도에서 ‘음식물폐기물’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폐기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타격도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일부 언론은 남은음식물 건조박을 사료용이 아닌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아 보도를 했다.

이들은 “유기질비료업체들은 남은음식물 건조박이 비료원료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현재 톤당 5만원 선에서 거래하고 있다”면서 “비료공정규격에 아직 포함되지 않아 불법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음식물 비료화 문제없어

현재 유기질비료 원료로 쓰이는 피마자박과 남은 음식물 건조분말의 성분은 흡사하다. 피마자박은 유기물 70%, 인산 1%, 질소 4% 수준이다. 남은음식물 건조분말은 유기물 80%, 질소 4%, 인산 2%로 이뤄져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남은음식물을 유기질비료로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의 음식물처리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가축분퇴비도 50%이하로 남은 음식물을 혼합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하고 있다”면서 “위생 처리된 남은 음식물 건조분말에 대한 사용을 허가 하지 않는 것은 가축퇴비분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처사다”고 말했다.

김은혜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국장은 “기본적으로 남은음식물의 유기질비료 자원화에 대한 동의를 한다”면서 “여기에 맞춰 남은음식물에 대해 쓰레기나 폐기물이라는 단어를 빼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측은 “현재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은 가축분퇴비와 퇴비의 원료로 사용 가능하고, 유기질비료의 원료로는 사용할 수 없다”면서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유기질 비료 원료 사용에 관해서는 이해당사자와 농업인 등의 의견을 청취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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