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장처럼 ‘고향愛’는 느리게 갈겁니다”

건강과 안전, 생활의 풍요를 뜻하는 웰빙(Well-bing)과 슬로우 푸드(slow food)가 식생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다. 소비자들의 웰빙식품에 대한 욕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흔히들 전통장은 ‘슬로우 푸드’ 또는 ‘느림의 미학’이라고 일컫는다. 오랜 시간 응고의 세월이 지나야 제 맛을 내는 전통장은 젊은 사람들과의 조화가 불편해 보인다. 왜일까? 요즘의 젊은 세대가 급속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세상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느림의 미학’ 전통장과는 선뜻 어울리지 않겠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통장이 갖고 있는 ‘느림의 미학’을 오롯이 지켜내고 있는 여성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자리 잡은 ‘고향애’(대표 장옥기)의 정기욱 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통장 대중화에 나서다

고향애의 정기욱 영업부장은 멋들어진 직장생활을 접고 종갓집 맏며느리의 자존심으로 빚어낸 전통의 장맛을 물려받을 후계자의 길을 선택했다. 고향애 장옥기 대표가 정기욱 부장의 모친이다.

고향애 전통장은 우연한 기회에 바우덕이 축제에 참가하게 됐는데 장만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주변에서 사업자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장을 판매해 보라는 권유를 숱하게 받게 됐다.

지난 2006년 사업자등록하고 본격적인 전통장 대중화에 나서게 됐다.
운이 좋아서 인지 사업자등록과 함께 평택과 안성 초동학교 20곳에서 학교급식 요청이 들어왔다. 이때 정 부장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출근 전 잠깐 배달을 해주거나 장 담그는 일을 도와주는 게 전부였다.

더 많은 곳에서 장을 찾고 있었지만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어 지난 2010년 경기도지사가 인증한 G마크를 획득한데 이어 이듬해인 2011년에는 전통식품인증을 받게 됐다.
현재는 70여곳의 학교에 급식으로 납품을 하고 있으며 지역 로컬푸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전통방식대로 제조하는 것이 인기비결”

고향애 전통장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면서 정기욱 부장은 자연스럽게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애 직원이자 후계자로 근무하게 됐다.

사실 고향애 영업부장의 일은 끝도 없이 많다. 마케팅은 기본이요, 영업도 기본이다. 여기다 포장디자인 등등 일인다역을 펼쳐야 한다.

정 부장은 승계농을 위한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고향애 전통장의 높은 인기 비결은 전통방식으로 정성을 담아 담그는 것이 전부다. 콩, 소급, 옹기, 물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해서는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없다. 고향애 전통장은 대량생산으로 찍어낸 ‘공장제품’이 아니라 전통방식으로 햇콩을 삶고 다져서 메주를 빚고 그 메주를 띄워서 장을 담그기 때문에 장맛이 기가 막힌 것이다. 여기다 정성을 다한 제품만을 판매한다는 장옥기 대표와 정기욱 부장의 소신은 모든 장 담그는 과정에서 한치의 흐트러짐이 있을 수 없다.

 “전통장 가치 높이는데 앞장설 것”


여기다 원료곡 확보를 위해 1만평의 콩 농사를 손수 짓는데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통장은 흔히들 물엿이 첨가되지만 고향애 전통장은 인공적인 첨가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배에서 추출한 천연당만을 사용한다.

여기다 고향애는 청국장이 갖고 있는 고유의 역한 냄새를 잡는 노하우를 갖고 있어 초등학생들도 청국장을 즐겨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향애의 학교급식 대부분이 초등학교이다.

정기욱 부장은 “여기서 만족하기 보다는 제대로 전수받고 제대로 전통장의 가치를 높여보고 싶다”면서 “지금이 농장터가 협소해 내년쯤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해 고향애 전통장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